실제로 대형마트의 현실은 참혹할 정도다. 최근 5년간 '빅3'로 불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35개 점포가 사라졌다. 가장 최근에는 이마트 상봉점, 홈플러스 서대전점과 안양점이 폐점했다. 2019년 407개였던 마트 3사의 점포 수는 현재 372개로 바뀌었다.
필자가 유통 담당기자였던 2010년대 초만 해도 대형마트는 초성장기였다. 롯데마트가 해외 100호점을 중국 지린성에 개점, 출장을 다녀온 기억이 있다. 웬만한 큰 동네마다 대형마트 입점은 수순이었다.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집값이 뛸 정도였다. 아파트 단지에 '이마트 입점 환영' 현수막이 걸렸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랬던 대형마트가 이제는 애물단지다. 덩치까지 크니 수익성이 낮아도 폐점하기도 어렵다. 오죽하면 유통기업들이 대형마트를 도심 물류센터로 바꾸려는 고민을 할까 싶다. 새벽배송과의 경쟁력에서 밀린 대형마트는 적자를 걱정할 처지다.
대형마트의 위기는 유통산업의 필연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 중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2014년 27.8%에서 꾸준히 하락, 지난해 12.7%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은 28.4%에서 50.5%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쿠팡을 필두로 하는 이커머스의 확장은 대형마트의 내리막과 정비례하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2년간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았던 휴일 의무휴업 폐지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골목상권 보호'를 기치로 정치권이 밀어붙였던 유통산업발전법 말이다. 당시는 앞서 말했듯 대형마트의 성장기이자 호황기였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마을을 지켰던 전통시장과 동네슈퍼들이 망할 거라는 사회적 여론이 뜨거웠다. 하지만 그때도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상관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유통업계의 극한 반발에도 휴일 의무휴업은 강행 처리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매달 둘째·넷째 주 일요일마다 대부분의 대형마트가 문을 닫고 있다. 토·일요일은 대형마트의 매출이 집중되는 날이다. 가뜩이나 적자점포가 속출하는 지경인데 지금도 야당과 진보 진영은 의무휴업을 평일로 바꿔 달라는 요구에 꿈쩍도 안한다. 이 정도면 의무휴업 자체를 폐지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산업이 망가져도 정치는 '모르쇠'다. 휴일 의무휴업을 고집하는 논리는 궤변인 상황이다. 대형마트의 현실 속에 소상공인 보호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대형마트 종사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도 통하지 않는다. 평일로 대체하거나 유연근무제 등 보호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되레 일자리만 줄었다. 대형마트 점포 축소로 사라진 일자리만 대략 5만개다.
정치는 실험이 아니다. 더욱이 민생경제와 직결되는 입법이라면 확증편향이나 가설은 독이다. '내 생각이 맞겠지'라는 무모함으로 추진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화만 입는다.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시장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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