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트럼피즘' 여파로 내년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정부에서 자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교역 및 투자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제재로 중국이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1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3.1% 보다 낮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 5월 연구원은 올해 3.0%, 내년 3.2% 성장을 전망했다. 6개월만에 올해 성장률은 0.1%p 올랐지만 내년 예상 성장률은 0.2%p 하락한 셈이다.
이시욱 대외경제연구원장은 “올해 성장률 전망이 (5월 대비 11월) 상향 조정된 이유는 미국 경제가 견조한 민간소비와 정부지출 효과로 당초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고, 또 인도 경제도 고성장세를 달성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된 것인데 트럼프 2기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추진이 세계 교역과 투자를 저해하는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전망 키워드로 ‘강화되는 트럼피즘, 심화되는 성장 격차’를 꼽았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심화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렸다.
미국은 감세조치가 빠르게 시행된다는 전제 하에 올해 2.1%의 안정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지역은 1.3%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했다. 독일 0.8%, 프랑스 0.9%, 이탈리아 0.9%, 스페인 2.2% 등이다.
주요 신흥국들은 미국과의 지정학적 거리와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차별적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른 경제성장률 등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을 실시했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도입과 대중제재가 현실화되면 종전대비 0.4%p 하락한 4.1%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연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중국에 대한 통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보복 관세, 또 미국의 추가적인 대응 등으로 무역에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대미 수출 중에서 비관세 품목이 40%가 된다”며 “관세 7.5%가 부과되는 품목이 23%, 관세 25%가 부과되는 품목이 37%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관세를 높일 경우 한국에겐 기회가 될 전망이다.
김종덕 무역통상안보실장은 “(트럼프 1기 시절)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보면 1·2차는 부품 등 중간재, 3·4차는 소비재였다”며 “한국이 중국과 경쟁하는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에서 한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진 달러 강세가 지속되다 향후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가 자리를 잡으면서 달러 약세로 전환되는 흐름을 예상한 셈이다. 현재 강 달러는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 추진 기대감 및 미국의 양호한 고용지표 발표 이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 둔화가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중국과 베트남, 스위스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환율 압박을 강화한 바 있다.
정 실장은 “미국내에도 강달러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금리인하를 통해서도 강달러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나 무역 불균형의 완화를 위해서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는 (미국 내) 입장도 있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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