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와 브라질 순방에 나섰다. 다자회의를 통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에 대한 대응 공조를 끌어낸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건 다자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의와 한일·한중 정상회담 개최,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 가능성이다.
APEC·G20 다자회의서 자유무역·북러대응 강조 예정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 공군 1호기 편으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페루 리마로 향했다. 김건희 여사는 여러 논란으로 윤 대통령이 대국민사과까지 한 상황이라 이번 순방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APEC 정상회의에선 자유롭고 안정적인 무역 투자 환경 조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외신 인터뷰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고 공급망 불안이 가중되면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중남미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APEC이 더욱 개방적이고 평화로운 아태 지역 실현이라는 비전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우리나라가 APEC 의장국으로 경주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만큼, 차기 회의까지 이어질 자유무역 기조 강화라는 의제를 미일 등 우방국들과 함께 강하게 이끌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유무역체제의 회복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파병되는 등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단합된 대응을 촉구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글로벌 무역과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강화키 위해 한국이 국가들 간 협력을 견인하고 공동 도전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러북이 군사적 모험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동맹·우호국과 공조해 우크라 지원 강화 포함 실효적 상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의 소통을 지속하며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북러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부각한 만큼, 윤 대통령은 APEC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시도해 관련 논의를 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시대 앞두고 한미일 머리 맞대..아베식 골프회동 시도도
다자회의 성과보다 이목이 쏠리는 건 미일과의 소통이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라서다. 특히 퇴임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마지막 공식 접견에 이어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도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지난해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따라 정례화된 한미일 정상회의는 15일(현지시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다. 윤 대통령과 한미일 협력 강화를 주도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 전 마지막으로 참석한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3국 협력을 지속 강화할 방안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또 별도로 한일정상회담도 열린다.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 발전 방안 구체화에 나선다. 이외에 윤 대통령은 캐나다와 베트남, 브루나이 등 여러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또 현재 21일까지로 예정된 다자회의 참석 일정을 마친 후에 윤 대통령이 미국으로 향해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전화통화에서 조선업 협력 등 구체적인 논의 주제를 거론하며 조속한 회동을 약속한 바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에 대비해 최근 시간을 내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골프광’인 트럼프 당선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개인적이고 탑다운 형태인 트럼프식 외교를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후보 신분임에도 이례적으로 이스라엘과 우크라 등 여러 외국 정상들을 만난 바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골프 회동으로 첫 단추를 채우는 건 과거 트럼프 1기 정부 출범 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 9일 만에 뉴욕을 찾아 트럼프 당선인과 라운딩을 돌고,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패키지 정책들을 제안하며 미일협력 강화를 유도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아베 모델을 염두에 둬온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아베 모델을 보완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가장 큰 실수로 알려진 건 당시 대선 후에 현직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알력이 생긴 것이다. 윤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먼저 만나는 건 이를 고려한 것으로 읽혀진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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