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 증시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대표 수출주 삼성전자는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추락 중이다. 주식을 판다는 것은 미래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전쟁 후 폐허를 딛고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한국에 정작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희망이 없다'는 시장의 경고를 언제까지 외면할 셈인가.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초 2025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국제적인 고금리와 고물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지속 등 글로벌 복합 위기를 짚으면서 민간 주도 성장을 목표로 과감한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증시 벨류업 프로그램 등 시장 활성화 정책도 적극 추진할 뜻을 피력했다.
정부의 밸류업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연일 하향세를 걷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이 확정되면서 수출 중심 기업의 파장도 예상된다. 트럼프는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보편관세 압박으로 'K-라면'과 'K-뷰티' 등 관련 수출 기업 주가도 녹록잖을 전망이다.
여기에 대내외 규제와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국내 유통사 주가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생산비 증가에 영업익 급감→기업가치 하락 '악순환'…주가도 '휘청'
10년째 내리막이다. 신세계(004170), 롯데쇼핑(023530), 현대백화점(069960), GS리테일(007070), 농심(004370), CJ제일제당(097950), 오뚜기(007310) 등 주요 유통업체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도 연일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세계는 올 초 19만 3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14일 기준 12만 9400원까지 하락했다. 롯데쇼핑도 같은 기간 9만 2100원에서 6만 2500원까지 하락했다. 이마트도 8만 8500원에서 6만 500원으로, 현대백화점 역시 6만 1900원에서 4만 16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신세계는 2018년 47만 5500원, 롯데쇼핑은 2017년 29만 5221원, 현대백화점은 2014년 17만 7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매년 내리막이다. GS리테일도 2014년 6만 96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2만원 선 유지가 위태롭다.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농심은 올해에만 59만 9000원(6월 최고점)에서 36만 2000원까지 떨어졌다. CJ제일제당도 같은 기간 40만 7500원에서 24만 500원으로 급락했다. 오뚜기도 51만 3000원에서 38만 4000원으로 떨어졌다. 오리온도 올 초 12만 원대에서 시작해 9만 8000원까지 내려앉았다.
이런 가운데 보편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2기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원달러환율 변동성에 따른 원재료 수입 부담도 예상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통 업종 주가는 연초 대비 10% 하락하며 코스피 지수를 9%p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하회) 했다"면서 "기업들은 장기화되는 실적 부진에 대응하고자 희망퇴직과 저수익 점포 및 사업 정리, 통합 구매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규제·가격 개입 '산업 위축' 우려…전문가 "이율배반적 규제 없애야"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주요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대내외 불확실성 및 물가 상승으로 내수 부진 장기화와 유통업계 온오프라인의 제한적 성장을 예상했다.
실제로 올해 주요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나서며 위기 돌파구를 모색 중이지만 환경도 녹록잖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통업종 주가수익비율(PBR)은 KOSPI 평균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절대적인 수준에서 매출 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핵심 지표들이 부진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요 유통 기업들이 극도로 낮아져 있는 기업가치를 정상화하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디레이팅 완화 기대를 예상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전방위 유통 규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가격 개입 압박까지 더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2년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이 실효성 논란 속 10년 넘게 표류하면서 대형마트 쇠퇴와 모기업의 주가 하락을 초래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e커머스 역시 규제로 인한 시장 위축 우려가 나온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과 C커머스 등 글로벌 플랫폼과의 역차별 논란,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재논의 등 여전히 안갯속이다.
글로벌 전쟁 장기화와 이상 기후로 인한 산지 악화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생산 제반 비용 증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개입 압박까지 감내해야 한다. 영업이익률 급감에 따른 기업가치와 주가 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경제 논리에 맞는 기업 경영 자율화와 그에 따른 밸류업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처 간 '지원'과 '규제'를 달리하는 이율배반적 환경 속에서 기업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밸류업 정책을 펼치는 것보다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애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발 관세 부담 등 불확실성 우려 속 규제를 풀어주면 더 많은 투자와 사업력 확보로 이어지고 그것이 바로 현실적인 지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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