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가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약화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가가 4만 원대까지 급락하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005930)는 향후 1년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매입할 계획이라고 15일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10조 원 중 3조 원의 자사주는 우선 이달 18일부터 내년 2월17일까지 3개월 간 매입 후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매입 후 소각 예정인 자사주는 보통주 5014만 4628주, 우선주 691만 2036주다.
나머지 7조 원 규모의 자사주는 자사주 취득을 위한 개별 이사회 결의 시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활용 방안과 시기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 건 지난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9조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한다고 공시하고 수차례에 걸쳐 매입 자사주를 소각했다. 지난 2018년 11월30일 4조 8752억 원어치 자사주 소각을 끝으로 주주환원 정책이 마무리됐다.
삼성전자가 7년 만에 다시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 건 전날 증시에서 주가가 4년 5개월 만에 4만 원대로 추락하는 등 최근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8월 초 8만 원대를 기록한 이후 최근 4개월간 하락을 거듭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실기하면서 SK하이닉스에게 3분기 기준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AI 가속기 선두인 엔비디아에 대한 HBM 납품이 예상보다 지연되는 데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반도체 업계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에 이례적으로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비메모리 부문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특히 파운드리의 경우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적정 수율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엔비디아, 애플, AMD, 퀄컴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TSMC에 줄을 섰다. 이에 TSMC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0% 증가한 7596억9000만 대만달러로 집계됐고, 순이익은 3253억 대만달러(약 13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2% 급증했다.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기로 하면서 흔들리던 주가가 안정화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3600원(7.21%) 오른 5만 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꾸준히 해왔지만 최근 주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