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고관세, 재정팽창과 이민자 추방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모두 미국의 물가를 자극하는 정책이다. 고관세는 최종재 및 중간재의 수입가격을 올려 미국 물가에 부담을 주게 된다. 재정팽창도 물가에 부담이다. 이 정책은 트럼프의 법인세·소득세 감면 공약과 관련이 있다. 이들을 감면하려면 세수부족을 메꾸어야 할 수단이 필요하다. 국채 발행, 즉 정부 빚을 늘리는 것이 대표적 방법이다. 이 경우 국채금리가 치솟게 된다. 국채 공급량이 늘어나는 만큼 국채 이자율을 높여줘야 물량 소화가 가능해서다. 이것은 시장금리를 끌어올려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자부담을 높인다. 이를 상쇄하려면 상품 가격을 올려야 한다. 불법이민자를 내쫓아도 물가는 오른다. 미국 농장의 40%가 불법이민자로 운영된다고 한다. 이들이 갑자기 사라지면 미국의 식량 가격이 들썩이게 된다. 수확이 늦어지거나 고임금 노동력을 투입해야 해서다. 종합하면 트럼프 공약의 상당수가 고물가·고금리와 관련이 있다. 연준은 고물가 상황이 되면 금리를 또 올릴 것이다. 이런 일들을 예상해 자본거래를 하는 것이 트럼프 트레이드다.
이것은 얼마나 지속될까. 이에 대한 답은 트럼프 지지세력을 살펴봄으로써 얻을 수 있다. 트럼프 승리의 결정적 이유는 민주당을 지지했던 흑인 및 히스패닉 남성들이 트럼프를 찍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이 민주당에 반기를 든 이유는 고물가와 고금리였다. 미국의 현 상황을 설명하는 말로 바이브세션(Vivecession)이 있다. 서민들은 체감적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핵심공약이 그대로 실행되면 미국은 바이든 정부 후기보다 더 높은 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게 된다.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배신감에 싸일 것이다. 고물가로 인한 불만은 당연하고, 카드론으로 생활하는 서민들은 고금리를 버티기 어렵다. 집을 사고 싶어도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감당하기 어렵다. 기업들도 어려워진다. 상품 가격을 올리면 기업 매출이 꺾일 수 있다. 또 높은 이자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아무리 법인세를 깎아줘도 이자비용을 상쇄하기 어렵다.
미국 하원은 2년마다 선거를 한다. 이번에는 트럼프가 하원도 장악했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고물가와 고금리에 힘겨워해야 한다면 이들은 트럼프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집권 2년 후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과 맞서야 함을 뜻한다. 최근 미국 연준 의장 파월은 한 강연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어디로 갈지 모르며 기준금리도 내리기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시장상황에 대한 원칙적 언급이지만, 트럼프식 정책으론 물가와 금리를 잡기 쉽지 않음도 경고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트럼프가 모를 리 없다. 그는 물가와 금리 잡기에 나설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약의 상당 부분이 수정돼야 한다. 이것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트럼프 트레이드는 걷힐 것이며, 한국의 환율과 주식시장도 안정될 것이다. 2025년 상반기가 고비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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