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신내림 굿 비용을 뜯어내려 전 남편을 협박하다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여성과 이를 종용한 무속인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오창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와 40대 여성 무속인 B씨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공범으로 함께 구속 기소된 A씨 딸 C씨와 범행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혐의(강도치사)로 불구속 기소된 B씨 전 남편 50대 D씨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A씨와 C씨는 지난 5월9일 경기 양주 소재의 한 주택에서 E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성년자인 A씨 아들도 범행에 가담했는데, 촉법소년에 해당돼 입건되지 않았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E씨의 전처와 딸로,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사건 직전까지 무속 신앙에 빠져 있었으며 무속인 B씨 집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범행 전부터 심리적 지배 아래에 있는 E씨에게 신내림 굿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강요에 A씨와 자녀들도 E씨에게 굿 비용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6일간 수백회에 걸쳐 지속해서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혹한 집단 폭행에 결국 E씨는 방 안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A씨 등은 숨진 E씨를 발견한 뒤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 동기에 대해 E씨가 과거 자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가정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인 결과 모녀의 진술을 '거짓'으로 보고,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A씨와 B씨에 대해 "살인 범행을 주도하며 돈을 빼앗기 위해 피고인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우고, 현재까지도 범행을 반성하지 않은 점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구형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C씨에 대해서는 "어머니(A씨), 무속인(B씨)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으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으며, D씨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나 피해자를 협박하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들은 "범행은 인정하지만, 범행에 이르기 전까지 피해자와 함께 살며 이들 가족이 가정폭력 등 큰 고통 속에 살아왔다"며 "전후 사정을 아무리 살펴봐도 강도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고 자식과 감옥에 들어와 참담하다"며 "돈을 빼앗으려는 생각도 없었고, 빼앗은 것도 없었으며 딸에게만이라도 선처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C씨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주게 돼 할머니와 고모들에게 죄송하고 아빠한테도 죄송하다"며 "내가 아파서 어머니(A씨)가 나를 살리기 위해 무속에 빠진 것이 비극의 시작인 것 같다"고 울먹이며 재판장에 온 피해자의 유가족들에게 그동안 부치지 못한 편지를 읽었다.
한편 이들에 대한 선고는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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