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골프 도마 올라
골프도 이젠 대중 스포츠
무조건 시비 걸 때는 아냐
골프도 이젠 대중 스포츠
무조건 시비 걸 때는 아냐
국민소득이 일본을 앞지른 시대에도 골프는 음습한 사치성 스포츠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헌법재판소가 골프에 개별소비세 1만2000원을 부과하는 것을 합헌이라고 정부 손을 들어준 것도 일조했다. 야당이 윤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을 공격하는 저변에도 이런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따지고 보면 국민의 인식은 많이 변했다. 골프가 사치냐는 질문에 국민의 36%만이 그렇다고 했다. 2022년 한국갤럽 조사인데, 그보다 30년 전에는 72%였다. 소득이 늘면서 골프인구도 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는 몇 달 전 국내 골프인구를 624만명이라고 발표했다. 대략 20세 이상 성인의 20%가 골프를 친다는 얘기다.
다른 국내 조사에서 골프가 취미 순위 8위에 올랐다. 2004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골프가 10위 안에 든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고위직 공직자나 부자들이 즐기는 취미에서 벗어나 MZ세대에게까지 파고든 대중 스포츠가 되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골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시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골프가 오랫동안 향응의 수단으로 이용돼 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수사기관이 수년에 이르는 기간의 골프 비용을 합쳐 뇌물수수로 엮어 기소해 온 게 현실이기도 하다. 때만 되면 공직자들의 골프를 단속할 만큼 접대용 골프가 만연하던 시절도 있었다.
대중화와 더불어 골프를 더 밝은 양지의 세계로 끌어내려면 이 부분을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 2016년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접대골프도 대부분 사라졌다고 본다. 공무원이나 기업인이나 자신의 돈으로 골프를 친다면 뭐가 문제겠나.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골프 문화가 변해가는 마당에 야당이 윤 대통령의 골프를 정쟁거리로 삼는 것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중차대한 국사(國事)가 있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휴가를 내지 않은 평일에 골프를 쳤다면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 공무원이라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평상시, 주말이라면 대통령의 취미활동을 나무랄 수는 없다.
주로 토요일에 친 것으로 돼 있는 윤 대통령의 골프를 바닥권 지지율과 연관시켜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 다만 근무시간인 평일에도 쳤다면 확인하고 해명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이 골프의 이유에 트럼프를 갖다 붙인 것도 옹색했다. 대통령도 인간인데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 하는 것으로 족했다.
알려진 대로 골프 대중화를 앞서 생각한 대통령은 노무현이다. 휴가 때면 스스로 골프채를 잡고 카메라 앞에 섰다. 서민적 이미지와는 달랐지만 시비 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규제를 풀어 골프장 건설을 독려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은 골프와 골프장을 사랑한 사람이다.
산을 파헤쳐 골프장을 짓는 데서 나아가 논바닥에 반값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촌극을 벌인 때가 그때다. 해외로 나가는 골프 수요를 붙잡자는 취지였지만, 어쨌든 골프는 마치 전 국민 스포츠가 된 듯 분위기가 들떴다. 산불이 나고 파업 사태가 벌어져도 골프장을 지키는 과속 스캔들로 이해찬 당시 총리가 한나라당의 공격에 물러나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설마 지금 야당이 분풀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전 총리 정도가 아니라면 골프를 좀 놓아줄 때가 됐다. 우리도 이제 살 만하지 않은가.
tonio6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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