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작업복'으로 불리며 작업 현장에서 조차 홀대 받았던 워크웨어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개인 작업자들을 위한 기능성 맞춤 워크웨어가 출시되는가 하면, 수십년간 바뀌지 않아 여전히 '88 올림픽' 시절 단추를 달고 나오는 워크웨어를 기능성 현장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워크웨어는 그간 싼값에 대량 생산돼 단체복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지만, 기능성 소재와 현장 맞춤형 제작으로 신(新)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워크웨어 시장은 기능에 패션을, 패션에는 기능을 더하며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하는 업계 내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스카이퀘스트(SkyQuest)에 따르면 국내 워크웨어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약 1조5000억원(약 11억50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워크웨어는 기술직이 산업 현장에서 착용하는 옷으로, 국내에는 '작업복'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칙칙한 파란색 또는 회색 옷에 회사명이 적힌 이름표가 붙은 단체복' 정도가 워크웨어에 대한 인식의 전부였지만 최근 중장비, 도배, 인테리어 등 다양한 작업 현장에서 일하는 젊은 세대가 기능성에 스타일리쉬함을 갖춘 워크웨어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인식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국내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이 2020년 내놓은 '볼디스트'가 있다. 기존에도 작업복을 수주해 만드는 업체들은 있었지만, 워크웨어를 브랜드 형태로 선보인 건 볼디스트가 처음이다. 볼디스트는 방염 소재를 적용한 워크웨어부터 안전화 등 실제 각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작업자들과 함께 연구·개발한 고기능성 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업 대상(B2B) 맞춤제작 작업복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관련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꾸리고, 다양한 업종의 유니폼 수주 노하우를 가진 사내 코오롱 B2B팀과 협업한다.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 화학, 제조업체 및 건설사 등이 주요 고객이다.
산업현장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는 등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철강회사에서 직접 만든 워크웨어 브랜드도 등장했다. '아커드'는 부산의 철강 제조사인 대한제강이 2022년 11월 내놓은 맞춤형 워크웨어 브랜드다. 각 작업 현장에 맞는 기능성 소재를 사용해 말 그대로 맞춤형 워크웨어를 제작한다. 1600도가 넘는 뜨거운 쇳물로 작업하는 철강회사에는 방염 소재를 사용하고, 주머니가 없는 여름 워크웨어 소매에는 주머니를 다는 식이다. 뜨거운 쇳물에 스치기만 해도 타들어 가 화상을 입기 일쑤인 허술한 기존 작업복의 수준을 높여 산업재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국내 워크웨어 시장과 비교하면 세계 시장은 훨씬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는 올해 글로벌 워크웨어 시장 규모가 177억5000만달러(한화 약 24조8100억)로, 오는 2031년까지 약 278억7000만달러(한화 약 39조)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국내 시장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새롭게 개척이 이뤄지고 있는 시장인 만큼 전문성을 갖춘 특수복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며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 새로운 브랜드도 계속해서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