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정부가 677조 원 규모로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 단계에서 14조 원 넘게 불었다.
여야는 정쟁용 예산에는 대립하면서도 지역 챙기기는 서로 눈 감아주면서 '누더기 예산'을 만드는 모양새다.
22일 국회 17개 상임위 중 소관 부처 예산안을 전체 또는 일부 의결한 14곳의 예비 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순증액 규모는 14조 534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알짜 상임위'로 여겨지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국토교통·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올해도 어김없이 지역구 챙기기가 빈번했다.
국토위에서는 순증액이 총 1조 3832억 500만 원이었다. 이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인 교통시설특별회계 항목이 9233억 6000만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구 예산에서 여야는 예산 증감에 대한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여야 간 균형을 맞추는 데 열중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한 야당 의원은 정부 측에 "특별한 기준도 없이 여당 의원님들 것은 해 주고 야당 의원들 것은 이렇게 하면 곤란하지요"라며 "추가로 더 찾아보시든가 아니면 두 개 중에 하나는 야당 의원들 것도 수용을 해주셔야지"라고 항의했다.
정부가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의견을 밝힌 포항-안동 국도건설(75억 1900만 원 규모)과 양남-김포 국도건설(29억 1800만 원) 등 여당 의원 지역구 예산에 대해 정부가 수용하기로 의견을 바꾸자 이같이 지적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어제는 위원장 것 다 했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이 야당 의원은 "위원장이시지 않느냐"며 굽히지 않았다. 전날 소위에서는 민주당 소속 위원장이 제출한 예산이 모두 통과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 것만 수용 불가가 하나도 없다"고 하며 소란이 일었다.
2조 5000억 원가량 증액된 농해수위에서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야당 의원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업무추진비는 일괄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여당 의원이 "고통 분담이라고 말하면 여기 제기돼 있는 지역 사업들 다 감액해야 한다"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야당 의원은 "그건 너무 오버"라고 답하면서 지역 예산 삭감은 없던 일이 됐다.
이 밖에도 전북 정읍시의 경우 우리밀 저온저장고 건설을 위한 4억 8000만 원, 펫푸드 소재 산업화 플랫폼 구축 사업비로 10억 원, 경남 하동군에는 국립양식사료연구소 건립을 위한 공사비 33억 1400만 원이 증액됐다.
산자위에서도 지역 챙기기는 만연했다. 산자위는 일자리·산업 정책과 소상공인 지원 사업을 다루는 만큼 알짜 상임위로 유명하다. 산자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2000억 원), 소상공인성장지원 예산(3450억 원), 중소기업 모태조합출자 예산(1600억 원) 등이 주요 증액 항목이었다.
예비 심사가 완료된 이후 예결위에서는 예산안조정소위에서 감액·증액 심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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