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4일 첫 사도광산 추도식이 열렸지만,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동을 인정하지도 사죄하지도 않았다. 고향 떠나 가혹한 환경에서 일한 노동자들에 대한 안타까움만 담아 마치 제3자 행세를 했다. 그런 추도사를 읽은 이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던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다.
이런 모욕적인 행태에 우리 외교부와 강제노동 피해자 유족들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일찍이 도착했음에도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 항의했다. 오는 25일에는 별도 추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나가타현 사도섬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추도식을 개최했지만 우리 정부와 강제노동 피해자 유족들은 불참했다.
불참의 직접적 계기는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이다.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에게 고개를 숙인 인사가 참석하는 건 피해자 유족은 물론 우리나라에 대한 모욕이라는 점에서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선거 과정에서 한일 과거사 갈등에 대해 우리나라가 더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거기다 추도사 내용 합의도 실패했다. 그 결과가 이쿠이나 정무관이 낭독한 ‘유체이탈’ 추도사이다. 추도사는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며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 종전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했다.
이에 맞서 우리 외교부는 전날 이미 유족들과 함께 사도섬에 도착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추도식 불참을 통보하고 별도 추도식을 준비했다. 외교부와 유족들은 한 목소리로 일본 정부에 항의했고, 유족들이 우리 정부를 향해 항의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와 유족들은 이날 일 측 추도식이 진행되던 시각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을 찾아 조선인 노동자 관련 패널과 전시물들을 살펴봤다. 강제징용 역사의 중대성에 비해 지나치게 작고 열악한 전시장 환경에 대한 지적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별도 추도식은 일본에 의해 강제징용 된 조선인들을 추모한다는 목적에 집중한다는 의미에서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터에서 25일 오전 9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 측의 강경한 태도에 당황하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선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과민한 반응이라고 강변했고 주한일본대사관은 오히려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일본사회가 한국의 과거사에 대한 불만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일 정부 차원에서 각자의 국익을 위해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컨센서스가 있는 만큼, 일본이 우리의 강경한 모습을 계기로 과거사로 불안정한 한일관계 현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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