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美에이태큼스·英스톰섀도 발사
러, 본토 공격받자 IRBM 미사일로 반격
北에 더 강력한 전력 지원 요구 가능성도
트럼프 2기 ‘中견제’ 인태동맹 바탕으로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 등 역활강화 강조
초연결 AI 기반한 군사혁신 가속화 전망
■ 장거리 미사일 타격전, 긴장 고조되는 러우전
24일 군과 외교가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퇴임을 불과 두달여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ATACMS, 에이태큼스)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틀 후인 19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남서부 브랸스크 지역에 처음으로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시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은 영국이 지원한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를 러시아 내 군사 목표물을 향해 발사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들은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투입한 결정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을 요구한 서방 당국자를 인용해 영국 정부도 러우 전장에 북한군 배치를 확전 시도로 간주해 스톰 섀도 미사일 사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도 가만있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다음날인 22일 푸틴 대통령이 국영방송 연설을 인용해 "최근 미국과 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승인한 데 대한 대응"이라며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마하 10의 속도로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최신 '오레슈니크'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실전 실험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IRBM이라고 반박하며 바로잡은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내부를 공격하는 안을 승인한 것에 대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은 "제3차 세계대전을 시작하자는 것이냐"라며 "바이든이 정권 이양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와 유럽의 이같은 조치가 역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하루 안에' 끝내겠다"는 공언과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시아 레버리지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변수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 러, 더 강력한 북한산 화력자산 요구할 듯
각국의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로 본토를 공격받게 된 러시아가 대화력전 강화를 위해 북한에 더 강력한 전력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병력뿐 아니라 최근 본격 양산에 들어간 갱신형 240mm 방사포 전력까지 러시아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주체포로 불리는 북한의 170mm 자주포 역시 현지에서 포착됐다.
대화력전은 적 화력체계를 최단시간 내 80% 이상 제압하는 작전이다. 하지만 북한의 240mm 방사포조차 사거리 100km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더해 북한이 러시아에 더 멀리 날아가는 화력을 적기에 제공하면 그 대가로, 러사아로부터 군사 기술 이전 등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새뮤얼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19일(현지시간) "북한의 600mm 초대형방사포의 경우 탄도탄 위력을 발휘해 러시아가 적극 요구할 수도 있다"며 "(북한에) 다시 돌아오는 것은 잠수함과 추진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22일 국내 한 방송매체에 출연해 북한의 러시아 파병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취약한 평양 방공망을 보강하기 위한 관련 장비와 대공 미사일 등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지난 5월 군사정찰위성을 실패 이후 러시아가 위성 관련 기술은 이미 지난해부터 지원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그 외 여러 군사기술이 일부 들어오고 있다"며 "또 여러 경제적 지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영국 비영리 연구단체 '오픈소스센터'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러시아가 올해 3월 이후 북한에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공급한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의 주요 전문가들과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은 해당 석유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러시아에 제공한 무기·병력의 대가라고 영국 매체 BBC에 전했다.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전략과 중국 정책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는 지난 15일자 리포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에 가까운 선택적 관여(selective engagement) 전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립주의에 대한 우려와 달리,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의 기본적인 방향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연구소는 트럼프 진영은 이번 선거 기간 현실적으로 유럽에 대한 관여를 유지할 것을 분명히 했다면서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식 종식과 함께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중동 지역 전쟁 역시 조기 종식을 유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자는 국제정치를 거래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이며 현재의 미국보다는 전반적으로 일방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을 띨 것으로 진단했다.
연구소는 또 미국이 관세 부과와 공급망 재편을 통해 더욱 강경한 대외무역 정책과 특히 중국에 대해 견제(balancing)와 광범위한 경제적 분리(decoupling) 정책 추진을 통해 중국의 성장을 지연시키고,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전략을 펼칠 것으로 봤다.
트럼프 2기의 또 다른 중요한 행동 방향은 군사혁신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와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미래전력 개발과 신속한 결정 능력·전 영역의 통합 작전을 강조하는 혁신적인 작전개념의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연구소는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이 해군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2032년까지 전함을 355척으로 증강하는 과거의 정책 복원과 동시에 항모전단, 해병대, 미사일 방어 능력 등을 인-태 지역에 집중 재배치하면서 중국에 대한 억제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동기가 전반적으로 강하게 작동할 것이며 동맹국들에 국방비 증액, 비용 분담, 역할 강화 등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연구소는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4일 회원국 투표를 통해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최대 4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중국은 유럽연합과 몇달간 협의를 거쳐 '관세 폭탄'을 저지하고자 했지만 결국 관세안이 확정되면서 양쪽의 무역 긴장도 이어질 전망이다.
■ 군사사상의 대전환 초연결 AI 프레임워크
한미 한반도 전문가들은 또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과 조선업 및 중국 문제에서 협력하기를 원하며, 이는 향후 우리의 적절한 대응에 따라 K-방산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 강력한 미한동맹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는 전쟁방법, 무기체계, 군사사상의 대전환기를 이끄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프로젝트 메이븐(Maven)'을 한국군에서는 '합동-전영역-지휘통제-시스템(JADC2)'을 진행하고 있다. 미군 '메이븐'은 이미 지구 전체를 커버하는 수준으로 성숙했고, 한국군 JADC2는 작년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은 본지에 "미래 전장에서는 탐지단계부터 결심과정 그리고 타격 이행까지 실시간으로 정보체계가 연동된다고 전방된다"며 "이처럼 군사 전략에서 초연결성이 본격화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군사사상의 근본적인 전환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메이븐은 무수히 많은 센서(레이더, 전자광학, 적외선, 소나, 전파감청)와 무수히 많은 가용 타격무기(이펙터, effector)를 엮은 네트워크 위에 총괄AI를 운영하는 체제다. 총괄AI가 타겟을 식별, 추적, 조준하고 무기를 추천해 주며 교전결과까지 확인해 준다.
보다 멀리 정확하게 보고, 보다 멀리에서 대량으로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혁신시키고 있다. 또한 내구성 높은 초고가 초기능 플랫폼보다는, 변주와 진화가 손쉬운 저가 적응형 플랫폼이 중요해졌다. 이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진화시킬 것으로 평가된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기자에게 "주한미군은 2022년 12월 예하에 중령급 우주군 부대를 창설했다. 한국군도 우주·사이버·전자기 영역 대응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다영역작전부' 신설에 착수했다"고 짚었다.
이어 "한미는 전통 군사안보를 넘어 다영역작전 공조를 위한 조직적 인프라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공조는 우주까지 포함된 프리덤 에지 훈련을 통해 한미일 다영역작전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 교수는 특히 "현재 군사지형은 지상·해상·공중의 전통적 영역 이외에 사이버, 우주까지 포함된 다영역작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우주군 협력은 군사적 전장 변화에 발맞추는 차원에서도 지속 발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0 시대에도 한미가 우주 전장에서 군사적 공조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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