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투기 걱정 앞서 가상자산 제도 안정화가 먼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24 19:21

수정 2024.11.24 19:21

불공정거래 행위 용납 안돼
내년 과세 시행은 시기상조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10만 달러대에 접어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10만 달러대에 접어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4일 가상자산 가격 급등 현상에 대해 불공정 거래가 있는지 면밀히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대변동이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 거래대금이 국내 증시 규모를 넘어선 상황에 대해 "두 시장을 놓고 보면 주식시장으로 돈이 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질 경제에 직결된 주식시장보다 가상자산 쪽 거래량이 많은 건 경제 선순환에 안 좋은 징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친가상자산 정책 공약을 강조하면서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뀌는 추세다.
이에 힘입어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10만달러대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가산자산의 화폐 성격을 둘러싼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해 관련 제도 안정화는 한참 뒷전인 게 우리의 현주소다.

물론 우리나라는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 가상자산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제도화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그러나 가상자산에 대해 투기과열, 유사수신, 자금세탁, 해킹 등과 같은 불법행위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시선이 강하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제도 안정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최근 급등하는 가상자산 가격 동향을 불공정 거래 관점에서 다루려 하는 인상이 짙다.

해외 가상자산으로 국내 투자자금이 쏠리면서 우리 주식시장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불안감은 이런 인식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런 현상을 가상자산의 투기 성향으로만 바라볼 때가 아니다. 가상자산의 화폐적 가치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상자산이 낳는 부작용에 치중한 인식이 팽배하다.

국내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 불안정성이 극명하게 나타난 건 가상자산 과세 논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상자산 투자소득세에 대한 기본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여당은 과세 시기를 일단 2년 유예하자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했다. 가상자산에 투자해 얻은 소득에 세금을 거두는 건 과세원칙상 올바른 조치다. 그래서 가상자산 과세를 아예 폐지하자는 목소리 대신 2년 유예안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쟁이 쟁점화된 것은 국내에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투기 수단이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지금부터 할 일은 제도적 안정화를 이루는 일이다.
당장 현안으로 불공정 거래를 제도적으로 차단해 가상자산 시장 안정화를 이루는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합리적인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선 투자자의 해외 거래내역을 확보하고 과세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어떤 자산이든 법적·제도적 인프라가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거래도 투기로 전락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