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손 안대고 신고 벗는 핸즈프리 신발로 매출 1조 열것"

노주섭 기자,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24 19:24

수정 2024.11.24 19:24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
신발 뒤축 살짝 당기면 끈 묶여
허리 굽힐 필요 없이 편하게 착용
정장구두·스포츠화까지 기능장착
美·유럽·日서 내년 동시판매 앞둬
무게 줄인 등산화·다이얼 도입 등
등산화 시장 기술 트렌드 이끌어
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신고 벗을 수 있는 획기적인 핸즈프리 신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시장 공략에 들어간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가 신제품 특징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다. 트렉스타 제공
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신고 벗을 수 있는 획기적인 핸즈프리 신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시장 공략에 들어간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가 신제품 특징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다. 트렉스타 제공
"2021년 7월 장애인으로서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마지막인 브로드피크(8047m) 등정을 성공한 뒤 하산하다 실종된 고 김홍빈 대장의 조난사고를 영국 BBC방송이 전 세계로 긴급 타진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 1991년 그의 나이 28세 때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 등반 도중 사고로 손가락을 모두 잃은 그는 트렉스타 직원으로 오랜 기간 근무했었죠. 열 손가락 모두 일반 사람들의 엄지만큼밖에 없던 그가 젓가락질도 하고 글씨도 나름대로 잘 썼는데, 손으로 돌리는 핸즈프리를 포함해 신발을 신고 벗는 것이 안돼 힘들어 했어요. 그래서 손을 사용하지 않고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는 제품을 우리가 한번 만들어 보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만들어지기 전에 안타깝게도 고인이 되고 말았어요."

부산에 본사를 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대표이사 권동칠)가 이번엔 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신고 벗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신발을 세계 최초로 개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신발 뒤꿈치 쪽에 장착된 다이얼을 바닥에 대고 발로 장난 삼아 돌리면서 장소와 필요에 따라 개개인의 강도에 맞게 끈을 조였다 풀었다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획기적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렉스타는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신발섬유패션전시회'에 이 같은 핸즈프리 신발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공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정장구두(Dress)에서부터 유럽인들을 겨냥한 캐주얼화(Lifestyle), 일본 시장에 먼저 내놓을 스포츠화(Sports)에까지 이 기능을 장착한 신발을 다양한 색상으로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권동칠 대표는 24일 "바쁜 출근 시간에도 바로 신은 뒤 걷는 걷는 도중에 짬을 내서 1초 정도만 뒤꿈치를 바닥에 대고 살짝 조이기만 하면 되도록 개발돼 몸을 숙일 필요가 없을뿐더러 물건을 들거나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설 때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점에서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라고 밝혔다.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 뒤축 아래 핸즈프리 장치를 바닥에 대고 가볍게 당기기만 하면 신발 끈이 조여지고, 다른 발로 뒤축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신발끈이 풀리도록 고안됐다.

트렉스타는 손으로 돌리는 지금의 '보아 핸즈프리'보다 두 단계 이상 앞선 기술이 적용된 이번 신제품을 통해 연간 매출 1조원 회사로 도약시킨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권 대표는 "손이 필요없는 이 같은 획기적인 핸즈프리 신발을 세계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양산체제를 갖추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 미국, 일본,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 판매에 돌입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내수시장에서 쿠팡, 무신사, 풋마트, 에스콰이어, 엘칸토 등과 판매에 대한 후속 미팅을 전개 중인 트렉스타는 오는 12월 3~5일 열리는 독일 뮌헨 '국제스포츠용품박람회(ISPO MUNICH 2024)'에 참가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대대적인 바이어 상담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현재 유럽 최대 유통 매장인 인터스포츠와 스웨덴의 최대 스포츠 매장인 스타디움과 입점을 논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최고 백화점인 노드스톰, 최대 아웃도어 유통체인인 R.E.I와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최고 백화점은 물론 로드숍 45곳에서 주문 접수 중이며, 중국에서는 두 개 회사가 서로 핸즈프리 판매 독점권을 요구하고 있어 사업계획서를 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올 연말까지 신제품에 대한 수주를 접수해 내년 1월 공장에 오더를 발주하고, 4월에 생산해서 5월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 동시 판매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신발도시 부산'에 있는 관련업체들의 동반성장도 이끌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견인차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층 세련되고 업그레이드된 트렉스타 핸즈프리 신제품은 부산테크노파크가 '2024 부산국제신발·섬유패션전시회' 부대행사로 진행한 국제첨단신발기능경진대회에서 사업성 부분을 수상했다.

'글로벌 신발업계 혁신 아이콘'으로 불리는 트렉스타의 이번 수상은 지난 2014년 국제첨단신발기능경진대회 대상,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15 ISPO 최고상인 황금상과 아시아대상 동시 수상에 이은 네번째 영예다.

지난 2015년 동시 수상은 세계 브랜드 중 각 부문의 최고상과 아시아에 본사를 둔 모든 브랜드 가운데 차지한 대상으로 당시 ISPO 관계자들조차 "한 제품으로 동시에 두 상을 받은 것이 처음 있는 일"이라며 기술력과 상품성을 극찬하기도 했다.

글로벌 신발업계에서는 트렉스타가 만들면 세계 최초로 통할 정도다.

첫 번째 혁신은 1988년에 시작됐다. '등산화는 왜 무겁고 딱딱해야 하느냐'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한 것이 전 세계적으로 가벼운 등산화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딱딱하고 무거운 가죽과 아웃솔을 사용했 만들어야 한다는 등산화의 개념을 완전히 바꾼 주인공이 바로 트렉스타다. 통가죽 대신 가죽과 천을 섞어 무게는 줄이고 통풍 기능을 대폭 강화해 등산화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다.

또 하나의 트렉스타 혁신으로는 1993년 만든 인라인스케이트를 꼽을 수 있다.

스키부츠처럼 딱딱하고 무겁다는 통념을 깨고 국내 최초로 소프트 부츠 인라인스케이트를 만들었다. 비록 세계적인 스키·스노보드 메이커인 미국의 K2 상표로 생산된 제품(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이었지만 반향이 컸다.

지금은 대중화돼 등산화 또는 트레킹화에 쉽게 볼 수 있는 다이얼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것도 트렉스타다.

다이얼을 돌려 끈을 풀고 조이는 보아 다이얼을 트레킹화에 장착,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는 편리함과 함께 발목까지 360도 전 방향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코브라 시리즈를 출시해 시장 기술 트렌드를 이끌었다.


이와 관련, 권 대표는 "지금은 보편화되다시피 한 보아 다이얼의 경우 지난 1995년 트렉스타가 독일 뮌헨 국제스포츠용품박람회에서 만난 미국 개인회사 사업가와 손잡고 세계 최초로 등산화에 3년간 독점 적용, 폭발적인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면서 이후 쏟아져 나온 유사 카피에 대한 특허침해에 대항을 포기해 지금은 누구나 사용하게 된 과정을 들려주기도 했다.

한국인 2만명의 발 모양을 연구해 개발된 트렉스타 대표 특허기술인 인체공학적 구조의 '네스핏(Nestfit)' 기술의 경우 착용감이 돋보이고 발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하이퍼그립의 슈퍼검(Super Gum) 아웃솔(밑창)을 신발에 장착, 미끄러운 길에서도 우수한 접지력을 제공하며 발을 보호해주는 기능도 돋보인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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