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자신을 여자라고 속여 마약 범죄자를 유인, 경찰에 검거되는 장면을 생중계한 유튜버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사적 제재를 명분으로 한 위법 행위에 제동을 건 판결로 해석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판사는 지난 13일 전직 유튜버 A씨(29)에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한 채팅앱에서 28세 여성을 사칭해 “OOO(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먹고 싶다. 뭔지 아시는 분”이라는 글을 두 차례 올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 같은 방법으로 마약 범죄자를 유인해 검거 과정을 생중계하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A씨는 법정에서 “마약 사범을 잡는 경찰 수사에 도움을 줄 목적이었다”며 자신의 행위가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누구든지 향정신성의약품의 매매, 수수 등에 관한 정보를 타인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해서는 안 된다”며 “채팅앱에 여성으로 위장한 채 글을 올린 것은 마약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었던 사람도 다른 마음을 먹게 할 수 있는 행위로,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수익 추구 수단으로 활용되는 위법한 사적 제재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됐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그간 사적 제재는 ‘정의 구현’이라는 가면 뒤에 사적 이익을 취득해온 수단이었기에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며 “형벌권은 국가의 고유한 권한으로, 사법 시스템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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