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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으로 정교하게 빚은 아름다움…고려 상형청자와 마주하다(종합)

연합뉴스

입력 2024.11.25 15:34

수정 2024.11.25 15:34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의 정점' 상형 청자 조명 특별전 개최 국보·보물 등 총 274건 총망라…주요 가마터·제작 기법 소개
푸른 빛으로 정교하게 빚은 아름다움…고려 상형청자와 마주하다(종합)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의 정점' 상형 청자 조명 특별전 개최
국보·보물 등 총 274건 총망라…주요 가마터·제작 기법 소개

전시로 만나는 고려 공예 미감 (출처=연합뉴스)
전시로 만나는 고려 공예 미감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참외 모양의 몸체에 입구는 꽃잎처럼 벌어져 있다. 긴 목 아래에는 치맛주름 모양의 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고려 인종(재위 1122∼1146)의 무덤에서 나왔다고 하는 국보 '청자 참외 모양 병'이다.

중국 장시(江西)성의 유명 도자 생산지인 경덕진요(景德鎭窯)에서 제작한 청백자 참외 모양 병과 비교하면 형태는 비슷하나, 은은하면서도 맑은 하늘빛이 돋보인다.

고려 특유의 비색(翡色)으로 정교하게 빚은 상형 청자다.


약 900년 전 고려 사람들이 다양한 동물과 식물,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던 명품 청자가 한자리에 모인다. 고려의 아름다움으로 완성한 푸른 세상이다.

권위와 위엄 나타낸 청자 (출처=연합뉴스)
권위와 위엄 나타낸 청자 (출처=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26일부터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고려 상형 청자를 조명하는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 청자'를 선보인다.

고려청자 가운데 상형 청자에 주목한 첫 전시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5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다양한 형상을 풍부하고 아름답게 담아내 고려의 예술적 역량이 아낌없이 발휘된 걸작, 상형 청자에 주목했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고려 상형 청자의 대표작부터 최근 발굴 자료까지 총망라한다.

국보 11건, 보물 9건, 등록문화유산 1건을 포함해 국내 25개 기관과 개인 소장자, 중국·미국·일본 주요 기관에서 소장한 유물까지 총 274건을 모았다.

고려시대 공예 기술과 미감 (출처=연합뉴스)
고려시대 공예 기술과 미감 (출처=연합뉴스)

전시를 기획한 서유리 학예연구사는 "아름다운 비색에 빼어난 조형성, 독자적 미감을 보여주는 한국 문화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고려를 대표하는 색, 비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청자 어룡형 주전자'는 액체를 담는 주자에 물을 자유롭게 다룬다는 상상의 동물인 어룡(魚龍)을 형상화한 것이다.

어룡 모양 주자에는 약 0.8ℓ, 소주잔을 기준으로 약 16잔의 액체를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3∼6세기 무렵 신라와 가야에서 만든 다양한 상형 토기와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상)를 보면서 흙으로 여러 형태를 빚는 상형 전통을 엿볼 수 있다.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출처=연합뉴스)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출처=연합뉴스)

다양한 형태의 상형 청자를 모은 부분은 전시의 백미다.

용과 거북이 결합한 귀룡(龜龍) 모습을 한 향로와 연적, 꽃잎 하나하나를 붙여 만든 듯한 섬세한 장식의 칠보 무늬 향로 등이 단독 진열장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무신 정권 당시 권력자였던 최항(1209∼1257)의 무덤에서 출토됐다고 전하는 주자(국보 '청자 동화연화문 표주박모양 주전자')는 리움미술관 소장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처음 선보인다.

오리, 원숭이, 복숭아, 석류, 죽순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상형 청자도 소개한다.

고려 시대에 인기 있는 소재였던 원숭이의 경우 두 팔로 커다란 항아리를 업고 있거나 석류에 매달린 모습, 쪼그려 앉은 모습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용과 물고기 장식한 국보 청자 (출처=연합뉴스)
용과 물고기 장식한 국보 청자 (출처=연합뉴스)

몽골 침략에 맞서고자 강화도로 수도를 옮겼던 13세기, 즉 강도(江都)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한상(羅漢像) 등 인물을 표현한 청자도 여럿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고려 상형 청자가 갖는 독자적 아름다움을 비중 있게 설명한 점이 돋보인다.

상형 청자가 주로 만들어지던 12세기 작품과 중국 북송대(960∼1127)에 황실 자기를 생산했던 허난(河南)성 청량사(淸凉寺) 여요(汝窯) 출토품을 함께 비교해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고려는 주변 국가의 문화적 영향을 창의적으로 변용해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꽃피운 고려청자의 정점이 상형 청자"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상형 청자의 깊숙한 내면도 다룬다.

박물관은 2022∼2023년 컴퓨터단층촬영(CT), 3차원 형상 데이터 분석 등 과학적 조사를 거쳐 밝혀낸 상형 청자의 제작 기법을 다양한 영상으로 소개한다.

전시로 만나는 고려 상형 청자 (출처=연합뉴스)
전시로 만나는 고려 상형 청자 (출처=연합뉴스)

이와 함께 전남 강진 사당리와 전북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발굴한 청자 조각, 충남 태안 대섬과 마도 1호선, 진도 명량해협 등에서 최근 조사한 자료도 볼 수 있다.

이애령 학예연구실장은 "고려 상형 청자의 제작 기법은 오늘날에도 범접하기 어려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국 도자공예의 위상을 공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2년 개편했던 청자실의 주요 유물과 겹치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박물관 측은 "청자실은 대대적으로 유물을 교체해 고려 비색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상형 청자와 관련한 최근 발굴 자료, 신앙적 바람을 담은 유물 등을 포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열린다.

인사말하는 김재홍 관장 (출처=연합뉴스)
인사말하는 김재홍 관장 (출처=연합뉴스)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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