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 싸운 미래 모험가
트럼프 효율부 장관으로
한국의 머스크, 우리 과제
트럼프 효율부 장관으로
한국의 머스크, 우리 과제
아이작슨은 2년 동안 머스크의 여러 회사에 상주하며 평전 '일론 머스크(2023년)'를 쓴 사람이다. 게이츠는 다시 이야기를 잇는다. "지구 핵전쟁을 피해 사람들을 화성으로 보내고 이들이 다시 돌아와 인류의 생존을 이어간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서로를 다 죽인 다음에도 그럴 수 있다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에요."
머스크는 단언컨대 진심이었을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사회성 부족한 아이로 컸던 그에게 우주와 은하계는 그의 오래된 미래였다. 10대 때 홀로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넘어와 물리학을 전공하고 1990년대 중반 창업한 집투와 페이팔로 백만장자에 등극했을 때 그는 안도했다. 화성으로 갈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페이팔에서 나와 시작한 것이 로켓 공부다. 공공도서관을 전전하며 로켓공학 책을 봤다. 전문가들에게서 얻은 너덜너덜한 러시아제 로켓 엔진 매뉴얼은 그의 손에 항상 들려 있었다. 그 시절 "다음 계획이 무엇이냐"는 지인들 질문에 나온 그의 답은 이보다 엄숙할 수 없었다. "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할 것입니다. 인간을 다행성(多行星) 종으로 만들어 인류 의식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내 평생의 사명입니다."
머스크의 화성행을 이끌 스페이스X는 2002년 그렇게 닻을 올렸다. 스페이스X는 민간 로켓 시대를 열어 우주비행사에 한 획을 긋게 되지만 돌아보면 고난과 투쟁의 역사였다. 비용, 규제와의 전쟁을 치르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머스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고압적인 명령과 관행이 우주산업을 수십년간 무기력하게 만든 주범이라고 확신했다.
로켓 부품은 군과 나사에서 요구하는 수백가지 사양과 요구사항을 지켜야 했다. 보잉 등 메이저 업계는 이를 교리처럼 떠받들었다. 로켓의 밸브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것보다 30배나 비쌌고, 우주정거장에서 사용하는 잠금장치 가격은 개당 50배 이상이었다. 머스크는 이를 뒤집었다. 부품의 효율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직접 '바보지수'라는 것도 만들었다. 높을수록 설계가 복잡하거나 공정이 비효율적이라는 의미였다. 그는 수시로 지시해 바보 부품을 찾아냈다. 규제 범벅이었던 전기차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작슨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광적인 긴박감'으로 매일을 살아낸 사람이다. 촉박한 마감기한을 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동료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초조한 광기에 사로잡힌 채 종일 사무실을 배회하기도 한다. 밤이 됐는데도 퇴근도 안 하고 책상 밑에서 잠자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주 80시간, 주 100시간 근로가 아무렇지도 않았다.
2022년 포용과 배려, 워라밸을 중시하는 X(옛 트위터)를 인수했을 때 머스크는 회사를 둘러보고 까무러쳤다. 친절과 상냥함을 미덕으로 '정신적 휴식의 날'까지 허용된 직장인들의 낙원이 X였다. 회의실엔 담백한 맛의 스낵들과 노르웨이산 미네랄워터, 고급 생수들이 그득했다. 무엇을 드시겠느냐는 X측 인사에게 그가 "수돗물을 먹겠다"고 답한 일화가 있다. 세 차례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그 뒤에 나왔다.
살아온 궤적을 보면 그가 정작 지키고 싶어 한 것은 사업보다 사명이다. 호불호는 극단으로 갈리지만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열망과 실행력은 머스크가 압도적이다. 시대의 이단아이면서 역사에 남을 이 혁신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내각 '정부효율부' 장관에 낙점됐다. 방만한 예산을 도려내고 모험가를 괴롭히는 규제들을 모조리 뽑아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장관, 정작 필요한 곳은 우리 정부 아닌가. 머스크가 묵직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jin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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