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만난 할머니 보이스피싱 당한 걸로 의심
직접 해당 전화번호 연락해 피싱 확인하는 등 적극
다행히 피싱 아닌 걸로 확인…"할머니 도와 뿌듯해"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서울지하철 4호선 한 역사에서 통장 사본을 촬영해 전송해달라는 할머니에 보이스피싱 범죄를 우려해 그를 도운 두 남고생의 사연이 공개돼 훈훈함을 주고 있다.
25일 유튜브 채널 'KMIB'에 '할머니 보이스피싱 같아요, 두 남고생의 반전 결말'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2시께 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을 지나던 서울 성북구 홍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 2학년 유진서군과 경동고등학교 2학년 남궁솔군은 역사 내에서 한 할머니로부터 뜻밖의 부탁을 받았다.
휴대전화 조작에 서툰 할머니가 통장 사진을 찍어 어딘가로 보내야 한다며, 그 과정을 두 학생에게 부탁한 것이다.
할머니의 부탁에 수상함을 느낀 두 학생은 보이스피싱을 의심, 직접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그 전화번호에 재차 연락해 확인해보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은 그 전화번호로 재차 연락해 우선 전화를 걸었다는 상대의 이름을 물었다. 이후 그의 이름이 할머니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고, 상대가 어느 교회의 권사라는 것까지 확인했다.
영상에서 유진서군은 "(상대가 전화를 건) 연유까지 정확하게 말씀해 주셨다. 계속 확인했지만 흠잡을 만한 데가 딱히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알고 보니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할머니는 혼자 사는 독거 어르신이었고, 연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서류 절차로 인해 할머니가 다니는 한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청년에게 행정 업무를 대신 부탁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후 서류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통장 사본이 누락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청년으로부터 최대한 빨리 통장 사본을 보내 달라는 연락을 받았던 것이다.
통장을 사진으로 촬영해 전송하는 방법을 몰랐던 할머니는 지하철역까지 나와 한참을 헤매다 두 학생을 만났다고 한다.
그러나 무작정 도와달라는 할머니의 말과 느닷없이 통장 사본을 어딘가로 전송해달라는 수상한 부탁을 받게 된 두 학생들은 혹여 할머니가 사기 피해를 당할 것을 우려했고, 이에 할머니가 다급한 상황이라는 걸 파악하는 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할머니는 두 학생의 도움을 받아 제때 서류를 접수할 수 있었다고.
영상에 따르면 이날 할머니를 도왔던 유진서, 남궁솔 학생은 각 학교의 학생회장이었다고 한다. 이날은 성북강북학생참여위원회 참석차 조퇴를 했고, 우연히 역사 내에서 할머니를 만나게 됐다고 한다.
영상에서 남궁솔 학생은 "진서와 제가 그날 만난 건 우리 지역 학생회장들이 전원 다 모이는 자리였다"며 "교복 입은 민주시민 타이틀을 달고 '학생이 학생의 소리를 낸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토론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학생은 할머니를 돕느라 이날 결국 지각했지만, 어려움에 처한 할머니를 도와 뿌듯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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