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무소속의 극우 성향 컬린 제오르제스쿠(62)가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유력 후보가 아니었지만 농민층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제오르제스쿠는 친러시아 성향으로 극우 국수주의 정당인 결속동맹(AUR)에 소속된 적도 있다. 그는 2022년 탈당했다.
루마니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제오르제스쿠가 22.95%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지율이 50%를 넘은 후보가 아무도 없어 다음달 8일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19.17%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한 중도우파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와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다.
제오르제스쿠가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유럽연합(EU),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루마니아의 대대적인 노선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대통령은 총리를 지명할 수 있고, 연정을 꾸릴 수 있으며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을 총괄한다.
제오르제스쿠는 루마니아의 파시스트 전시 지도자들을 칭송해왔다. 그는 또 서방이 경제적으로 루마니아의 부를 약탈했으며 외국 농산물이 루마니아 농민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루마니아 최대 농산물 수출국은 접경국 우크라이나다. 세계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는 흑해 수출항이 막힌 가운데 루마니아를 통해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를 지지하는 제오르제스쿠를 루마니아 농민들이 지지하면서 이번 대선 1차 투표에서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제오르제스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푸틴 대통령을 세계의 몇 안 되는 ‘진정한 지도자’라고 칭송했고, 러시아 대통령을 칭송하는 것에 비판이 일자 푸틴이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것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덴마크 아루스대 연구원 코스틴 치오바누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는 정치적인 지진”이라면서 “아무도 이번 선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오르제스쿠에 이어 2위를 기록해 결선 투표를 앞두고 있는 라스코니는 종군기자 등 수십년간 기자로 활동하다 2020년 정계에 입문한 인물이다.
라스코니가 만약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면 루마니아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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