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출생아 수는 2만9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4명(5.9%)이 증가했다. 출생아 수가 2분기(4~6월)에 이어 7~8월 두 달 연속 증가한 수치다. 또한, 출산의 선행지표인 혼인 건수가 지난 4월 이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8월의 혼인건수는 1만75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17건(20%)이 증가하여 출생아 수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간 0.72명까지 추락한 합계출산율이 올해에는 반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조심스레 키우고 있다. 하지만 출생아 수 증가에 대한 통계적인 해석은 코로나19 기간에 미뤄졌던 결혼이 2022년 하반기부터 늘어나면서 그 효과가 지금의 출산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일종의 시차 효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희망적인 시그널이 지속될 것이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산율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데다, 각종 저출산 대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반등할 수밖에 없다는 바닥론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섣부른 예단일 수 있다. 우리 현실은 여전히 젊은 남녀들이 흔쾌히 가정을 꾸리고 출산을 하기에 경제적, 사회문화적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4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52.5%로 2년 전보다 2.5%p 증가하였다. 그러나 미혼 남녀의 결혼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크게 나타나 '결혼은 해야 한다'고 응답한 미혼 남성은 41.6%이고 미혼 여성은 26.0%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미혼 남녀 모두 '결혼자금이 부족해서'가 가장 크지만(남성 38.0%, 여성 25.0%)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상대적으로 남성의 응답률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난 이유는 '결혼 자금 부족', '불안정한 고용상태' 등 주로 경제적 요인인 반면,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출산과 양육의 부담', '결혼생활과 일을 동시에 하기 어려움', '행동과 삶의 자유를 포기할 수 없어서' 등 주로 사회문화적인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저출산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고,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와 스웨덴 등에서 출산율이 하락에서 반등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가정을 꾸리는 데 필요한 경제적 지원, 남성 육아휴직, 일·가정 양립, 여성 일자리 확대 등 다양하고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의 결과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성평등의식이나 가족구성과 출산을 통해 더 행복해진다는 가치관적 요인도 크다.
이 같은 정책적 노력으로 출산율이 반등했다고 해도 이를 지속시키는 것은 또 다른 숙제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헝가리는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의 재정을 쏟아부어 출산율 1.25명에서 2021년 1.6명까지 끌어올렸지만 2022년부터 다시 감소세에 접어들어 1.5명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의 3%를 투입한 노르웨이도 2009년 1.98명에서 작년에 1.4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출산은 재정적, 정책적으로 풀어내기 힘든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고 복잡한 사회문화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약이 무효가 대세인 저출산에 있어 오랜만에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몇 달간의 출생아 수 증가는 고무적인 일이다.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서 나타난 영향이라는 의견이 대세지만 만약 청년들 특히 여성들의 인식 변화가 동반된다면 출산율 반등의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산율 반등의 추세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지금도 우리는 수많은 출산 장려 제도가 있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시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자 결심하기까지는 쉽지 않다. 청년들은 여전히 경제적 이유, 출산과 양육의 부담, 일과 가정의 양립, 개인의 자유 및 여가 활동 등을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부의 효과적이고 적실성 있는 정책은 물론 기업에서의 일-가정 양립 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청년들은 일하면서 아이를 낳고 기를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양성평등의 문화, 가족 친화적인 문화가 사회 곳곳에 정착할 때 우리는 출산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보다 긴 안목에서 지속 가능한 정책과 제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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