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학생들 사이에서 여대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은 보편적 현상이 됐고, 펀딩도 갈수록 어려워져 대부분 사립대학인 여대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미국에서도 1960년대 한때 230여개나 됐던 여대는 2022년 현재 3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이미 10여개 여대가 과거 공학으로 전환한 바 있다. 특히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대학의 지속성을 고민해야 하는 형편에서 공학 전환은 생존을 위한 중요한 선택지일 수 있다. 현재 학령인구 감소와 여대에 대한 선호도 저하 등으로 볼 때 앞으로 상위 소수의 여대를 제외하고는 학생 유치조차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공학 전환은 학내 구성원 간 토론과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그 논의조차 차단하는 것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기를 특징짓는 변화의 흐름이 있다. 그 변화에 적응해 자신이 한발 앞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노키아, 코닥 등 업계 선두였던 글로벌 대기업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경쟁에서 탈락한 경우를 우리는 보았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PwC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기업이 10여년 후에도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확률은 52%이다.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와 재산이 걸려 있으므로 기업은 사회의 어느 조직보다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도 절반 이상은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해 실패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이 끝난 지금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고, 앞으로 거센 변화에 직면할 것이다. 이 변화에 적응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기업만이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다.
경제 분야보다는 속도가 더디지만 제도, 관습, 문화 등에서도 변화는 항상 일어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현재 제사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성인 중 56%가 "앞으로 제사 지낼 계획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 같은 변화를 도외시하고 집안에서 누군가가 전통적 제례 문화를 고집한다면 같은 세대는 모르겠지만 후세대와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전통 의식도 현대 산업사회에 맞게 간소화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그 의미를 구현하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모두에게 외면받게 될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후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변화하지 않아도 자신 세대에는 큰 문제가 없을 수는 있지만 후세대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번 여대의 공학 전환 논란도 현재 재학생의 입장보다도 향후 입학할 후배들을 우선한다면 학생 측과 대학 간 의견의 접점을 찾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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