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승리 점쳤다 망신
명태균 사태로 조작 논란
빅데이터 활용 보완 필요
명태균 사태로 조작 논란
빅데이터 활용 보완 필요
릭트먼의 실패로 여론조사의 신뢰가 높아진 것도 아니다. 미국 여론조사 중 가장 신뢰도가 높다는 뉴욕타임스·시에나대의 선거전 마지막 조사 결과는 해리스 우위로 나왔다. "조사 결과와 개표 결과가 일치한다면"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 탄생이라고 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승리를 내다본 조사 결과도 대체로 '박빙' 예상이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선 예측 발표로 대참사를 일으킨 교훈 때문일 것이다. 실제 결과는 산사태(landslide)처럼 압도적인 트럼프의 승리. 여론조사가 또다시 망신을 당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7개 경합주에서 유권자 787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대규모라 해도 전화 여론조사가 유효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35개 국내 여론조사기관이 가입한 한국조사협회는 27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대해 "최소한 공표용 선거 여론조사에서 ARS(자동응답시스템)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뜨거운데, 논란이 되는 대상은 모두 ARS를 이용한 조사"라는 주장이다. 이른바 '명태균'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은 대부분 명씨의 여론조사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 본질적으로 1000명 내외를 대상으로, 응답률 5~10% 정도의 결과를 가지고 국민 여론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ARS를 지목했지만 전화 여론조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경우 대규모 전화 조사도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공표용만이 아니라 비공개 조사도 문제가 크다. 명씨 사례를 보아도 당내 경선에서 비공개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미국 대선에서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인 폴리마켓(Polymarket)은 지난 1일 트럼프 후보의 승률을 최대 70%로 예측했다. 트럼프 후보의 승률은 개표 종료 전 이미 98%에 육박했다. 일종의 도박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서 트럼프에게 돈을 건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탈중앙화 플랫폼'의 승리라고 한다. '모바일 웹' 기반 여론조사도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심위는 한 언론사가 피엠아이에 의뢰해 실시한 웹 기반 여론조사에 대해 공표금지 결정을 내렸다. 다른 조사들과 편차가 크다는 이유였다. ARS·전화 여론조사 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술발전을 가로막는 기득권 수호 결정이었다. 구글 트렌드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여론조사 보완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숫자는 어떻게 생각을 바꾸는가'의 저자 폴 굿윈은 숫자를 맹신하는 것도, 무시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편다. 우리가 숫자를 이롭게 이용할 수 있으려면 "숫자에 극단적으로 저항하거나 무턱대고 숫자를 수용할 때 발생하는 위험들 속에서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의 한계를 인식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숫자를 향해 반기를 들 수 있다면 우리는 한결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숫자로 나타나는 여론조사도 마찬가지. 우리가 여론조사의 한계를 인식하고 숫자 이면을 보는 통찰력과 균형감각을 갖출 때 여론조사는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기왕 문제를 제기한다면 ARS를 넘어 여론조사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시도하는 게 맞다.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