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기 신도시 정비대상 주택 30만호에 대해 이번 선도지구로부터 10년간 매년 3만호 안팎을 순차적으로 재건축·재개발할 계획이다. 착공과 이주, 입주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규모 사업이다.
누구도 쉽게 손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정책방향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하지만 이번 선도지구 발표가 이뤄질 때까지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그야말로 피로감이 극에 달한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컸다. 선도지구라는 미끼를 걸어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분당의 경우 선도지역으로 지정이 안 되면 끝난다는 불안감에 다수의 단지가 경쟁하듯 동의율과 공공기여 확대에 나서면서 재건축이 본격화될 경우 사업성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재건축 단지의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분담금을 확정할 때 예상을 크게 웃도는 규모에 소득이나 여건이 풍족하지 못한 노령 주민을 중심으로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주민들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분당 일부 단지는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분담금 규모나 공공기여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선도지구 지역 내 갈등 봉합이 시급하다. 선정된 단지와 제외된 단지 간 갈등은 물론 선정된 단지 내에서도 분담금과 이주대책을 두고 벌써부터 이견이 나오고 있다. 제외된 단지에서는 이번 선도지구 선정 실패의 원인을 두고 집행부와 조합원 간 갈등이 우려된다.
이런 중심에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에 선도지구를 지정하면서 순위 및 점수를 비공개하기로 했는데, 이런 부분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향후에도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정비단지를 선정할 때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항상 리스크와 갈등을 동반한다. 그것이 정부 정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선도지구 지정을 교훈 삼아 갈등을 조율하고 정책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협상 전문가로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kim09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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