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내년 1월 우리나라를 찾을 예정으로 28일 알려졌다. 한일 정상 셔틀외교의 일환이다.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으로 부딪히는 와중에도 한일협력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내년 1월에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아직 미정인 상황이라면서도 “양 정상은 그간 셔틀외교의 지속 추진에 합의한 바 있다”며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조율 중임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이시바 총리와 첫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를 지속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양 정상은 이달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도 양자회담을 가지고 협력 의지를 다졌다.
최근 한일이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던 터라 이시바 총리 방한 예정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 추모를 위한 추도식임에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을 대표 참석자로 보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추도사도 아닌 ‘내빈인사’ 형식으로 강제징용 사실 인정도 사죄도 담지 않았다.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당시 합의를 표면적으로만 충족하며 모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에 외교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은 추도식에 불참하고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터에서 자체 추도식을 엄수했다. 일본 정부가 유감을 표하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자 외교부는 주한일본대사관을 접촉하고, 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직접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을 만나 유감 표명을 했다.
다만 조 장관과 이와야 외무상은 사도광산 추도식 갈등을 한일 협력과는 분리키로 합의했는데, 과거사 갈등과 별개로 한일관계는 발전해야 한다는 공감을 이룬 결과다. 이시바 총리의 방한이 사전에 일본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진 것도 한일협력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일 측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이시바 총리 1월 방한 예정을 두고 취임 후 첫 양자 방문국이 한국이 된다는 점을 짚으며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외교기조를 보여준다고 부각했다.
한일 모두 양국협력 의지가 강한 만큼, 사도광산 갈등도 일본이 ‘로키(low-key)’ 스탠스로 협의하는 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한일관계 발전은 양국만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해 국제정세에서 전략적인 의미가 커서 흐름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사도광산 문제 같은 개별 사안에서 우리가 납득할 수 없는 걸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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