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증시 부진에 밸류업 노력...자사주 매입, 작년보다 세 배 늘었다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28 16:15

수정 2024.11.28 16:15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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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올해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참여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까지 동참한 가운데 증시부진을 감안한 주가 방어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장기적 주가 상승을 위해선 호실적과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자사주 취득 공시 건수는 80건을 기록해 작년 같은 시기 60건에 비해 20건 증가했다. 자사주 취득 공시 기준 취득 금액도 작년 3조1785억원에서 올해 10조9424억원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기업 수는 33% 늘었는데 매입 규모는 224% 급증한 것이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현대차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1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전날 장 마감 뒤 공시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향후 3개월 간 보통주 2조6827억원, 우선주 3172억원 등 합산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이를 포함해 앞으로 1년 내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각 기업들이 주주친화정책을 적극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데다, 하반기 이후 증시 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주가 부양 차원의 자사주 매입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코스피 지수는 연고점(7월11일·2891.35) 대비 13.3% 하락했다. 통상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자본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고 주당 순이익이 높아져 주가 상승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자사주 매입에 전년 대비 세 배가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이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는 종목별로 엇갈렸다.

현대차는 자사주 매입 발표 효과가 미미했다. 이날 전장 대비 0.90% 하락한 21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속 가능한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정책은 어디까지나 주주환원의 보완적 성격"이라며 "트럼프의 관세 부과 가능성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 및 전기차 점유율 하락 우려가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발표 직후 대비 현 주가 낙폭이 가장 심한 기업은 이차전지 분리막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다. 지난 2월 2일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주가는 일주일 간 11.7% 하락했다. 공시 시점과 현 주가를 비교하면 63.4% 급감했다. 자사주 매입에 따른 기대보다는 전기차 캐즘 여파로 주요 고객사의 주문이 줄면서 나타나 실적 침체가 주가 발목을 잡았다.

반면 올해 호실적을 낸 금융·증권업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상승 탄력을 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월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낸 이후 4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이 기간 15.5% 급등했다. 공시 시점과 현 주가를 비교해도 24.3%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은 3·4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9145억원으로 3년만에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 우리금융지주(15.1%), NH투자증권(14.7%) 등도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 이후 현 주가가 올랐다.

자사주 매입을 넘어 소각까지 이어져야 제대로 된 주가 부양 효과가 나타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전체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예정 금액은 7조1844억원 수준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적 호재가 있는 기업에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 여력을 키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며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이익잉여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뒤 없애는 것으로, 발행주식 수까지 줄여 주당 가치가 높아져 주가 상승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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