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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상법보단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100만 법인 적용 의문”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28 15:00

수정 2024.11.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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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백브리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그간의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자본시장법 개정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기본법을 바꾸기보단 일단 상장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을 손봐 재계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겠단 취지로, 정부 정책과도 발맞추는 모습이다.

이 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정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 단계에선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그 안에) 주주 보호 원칙을 두는 게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방안보단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어 “상장법인 합병·물적분할 등으로 이 논의가 시작된 것이고, 2400여개 상장사에 대한 규율 체계를 두는 게 맞다”며 “상법을 개정 시 비상장법인까지 포함돼 100만개가 넘는데, 자본시장과 관련성이 없는 곳들에까지 적용되는 방식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상법 개정 시엔 상장 여부를 가리지 않고 모든 법인이 행하는 거래가 법 적용 대상이 되지만, 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의 자본거래에 국한된다.
또 전자는 추상적인 실체적 의무로서 법원 판단을 받기 전까지 그 내용이 불명확하지만, 후자는 구체적인 절차적 의무로서 규정된다.

다만 이는 이 원장이 일관되게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자고 했던 기존 입장에서 다소 완화됐다. 현행 상법은 ‘회사’만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주주가 일반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되레 위배되는 결정을 하게 된다는 비판이 있어온 데 따른 주장이다.

정부도 최근 ‘이사회가 합병 등을 결의할 때 주주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자본시장법에 넣자는 방안을 경영계에 제시했다. 여당도 상법 개정 대신 이쪽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원장은 “구체적으로 합병·분할 등에 있어 적정 가치 평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정보 제공자들에 대한 공시나 평가 적정성을 사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보관 의무 등을 두는 방식이 있을 것”이라며 “물적분할 시엔 상장 차익을 모회사 주주들이 공유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두는 방법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두고는 “영풍 측 환경오염 관련 손상차손 미인식 등 회계상 문제점을 발견해 이주부터 감리로 전환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며 “이 부분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고 부적절한 회계처리에 대해 결론을 내려고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MBK파트너스를 두고는 “과거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중심으로 얘기해왔는데, (반대로) 금융자본의 산업자본에 대한 지배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5~10년 안에 사업을 정리(엑시트)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지배했을 경우, 가령 주요 사업부문에 대한 분리 매각 등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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