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장 1심 이어 2심도 무죄...중대장·군검사 실형→집유 감형
유족 "누가 누구에게 반성했는지 모르겠다...1심보다 차가운 판결"
유족 "누가 누구에게 반성했는지 모르겠다...1심보다 차가운 판결"
[파이낸셜뉴스]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대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넘겨진 직속상관과 허위 보고로 수사가 지연되게 한 혐의를 받는 군 검사는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이원석·설범식 부장판사)는 28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대대장 김모 중령에 대해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폭력 발생 이후 2차 가해 방지 조치를 일부러 방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허위 보고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직속상관인 중대장 김모 대위와 직무 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군검사 박모 중위는 각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1심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김 대위에 대해 "피고인의 발언으로 피해자의 사회 가치 평가가 침해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면서도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전파하려고 한 건 아닌 것으로 보여 원심 양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시했다.
박 중위에 대해서는 고의로 허위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 범행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주된 원인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감형했다.
이날 선고가 끝나고 故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재판장에게 판결 내용을 다시 한번 얘기해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선고 직후 이 중사의 어머니는 "초범이고 반성한다며 감형했는데 누가 누구에게 반성했는지 모르겠다"며 "1심보다 더 차가운 2심 판결 들으며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재판부는 이 사건 전체를 보지 않고 단순한 법리적 기계처럼 판결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사법 역사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가해자 장모 중사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뒤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그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 중사는 지난 202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김 중령은 부당한 압력과 소문 유포 등 2차 가해 차단 조치와, 2차 가해에 관한 지휘관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두 차례 허위 보고와 위계로 공군 부사관 인사 명령과 관련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도 있다.
김 대위는 이 중사가 전입하려던 부대 지휘관에게 "이 중사가 좀 이상하고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 한다"며 허위 사실을 말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박 중위는 이 중사 사망 전 2차 가해와 가해자 장 중사의 구속수사 필요성 검토를 방임하고 휴가 등을 이유로 조사 일정을 지연시키는 등 직무 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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