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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리 내려 멍석 깔았으니 정부는 신속히 규제 풀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28 17:45

수정 2024.11.28 20:30

한은, 15년 만에 ‘백투백’ 금리인하
기업들 ‘신발 속 돌멩이’ 제거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지난달 3년2개월 만에 피벗(정책전환)에 나선 이후 다시 0.25%p를 낮춰 기준금리는 연 3%로 내려왔다. 2회 연속 인하는 15년 만이다. 금통위 위원 6명 중 3명은 향후 3개월 내 3%보다 더 낮춰야한다는 의견도 보였다. 지난달 회의에서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 내 3.25% 유지를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경제 상황 인식이 확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경제 여건은 어느 때보다 엄혹하다. 살아나는 듯했던 수출 시장엔 연일 경고음이 울리고 눈덩이처럼 쌓인 빚에 가계 소비는 극도로 위축됐다. 0.1%로 추락한 3·4분기 성장률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당초 전망치(0.5%)보다 크게 밑돌았다. 여기에다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당선 이후 경제 지형은 다시 요동치는 상황이다.

 
동맹국도 예외가 아닌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 한국 기업들은 해외 사업을 전면 새로 짜야 한다. 미중 패권 싸움 양상에 따라 국내 산업은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배터리 보조금 지급 이행도 문제다. 제대로 지급이 되지 않을 경우 우리 기업의 피해는 말할 수 없다. 바이든 정부는 서둘러 지급을 마무리짓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트럼프 2기 관계자들은 즉각 멈추라고 공격하고 있다.

 
혼돈의 경제 국면에서 정부의 총력 대응은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한은의 금리인하도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의 성장 전망을 다른 기관보다 더 어둡게 보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하는 한편 내년 전망치는 1.9%로 내렸다. 내후년도 1%대를 못 벗어날 것으로 봤다. 장기 저성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온통 침체 먹구름이다 보니 가계와 자영업자들은 지금 곡소리가 난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는 씨가 마르고 무기력하게 '그냥 쉬는' 청년이 40만명이 넘는다.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사업체종사자 수를 봐도 암울하다. 지난달 증가 수는 9만여명에 그쳐 43개월 만에 최저 증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가 질도 떨어지고 양도 부족한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경제팀은 긴장감을 갖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후 6개월이 우리 산업의 운명을 가를 골든타임"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지금 당장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와 산업의 미래가 달라진다. 험난한 환경에 처한 기업의 기를 살려주고 '신발 속 돌멩이' 같은 규제들을 선제적으로 제거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가 이날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어 첨단전략산업 연구개발특구 내 산업단지 용적률을 추가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발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규제개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많다. 두 배, 세 배 속도를 내서 사업할 의욕을 북돋아줘야 할 것이다.

 
이런 판국에 무차별 주주 소송을 야기할 소지가 있는 야당의 상법 개정은 중단돼야 한다.
반도체법과 연구직 주52시간 제외, 전력망특별법 같은 시급한 법안 통과에 힘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금리인하에 따른 환율과 집값 불안 우려는 당국이 선제적으로 잠재워야 한다.
비상한 각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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