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요즘 K팝 아이돌 그룹에서 외국인 멤버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K팝 그룹들이 이젠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면서 이른바 '바다 건너온' 멤버들은 팀 구성의 '필수 조건'이 됐을 정도죠. 성공의 꿈을 안고 낯선 한국 땅을 찾은 외국인 멤버들은 과연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현재를 지내고 있을까요? [물 건너온 아이돌] 코너를 통해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11살 때 캐스팅을 받고 부모님과 떨어져 한국에 왔어요, 그땐 한국말도 하나도 몰랐던 때고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엄마 아빠와 떨어져 타국에 와 있는 게 외롭기도 했죠, 그렇지만 스스로 성장하는 걸 느끼면서 재미있게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11살. 한국에선 초등학교 5학년생이다. 그룹 아일릿의 이로하(16)는 11살이던 5년 전, K팝 가수가 되기 위한 꿈을 안고 부모님과 떨어져 일본을 떠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외동딸이라는 이로하는 JYP의 현지 캐스팅을 통해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1년간의 JYP 생활을 거쳐 하이브에 입사했고 3년간의 연습생 생활 끝에 지난 2023년 JTBC '알유넥스트'를 통해 아일릿 멤버가 됐다.
11살의 나이에 홀로 한국에 온 이로하는 15살에 아일릿 멤버로 결정됐고 지난 3월 하이브 산하의 빌리프랩에서 공식 데뷔했다. 2008년생인 이로하는 아일릿 막내 일본인 멤버로서 당당히 K팝 아이돌로 글로벌한 활동 중이다.
한국말도, 한국 문화도 익숙하지 않았던 11살의 나이에 홀로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터. 이로하는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응원해 주는 부모님과 연습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자신을 보며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로하의 노력은 현재 성과로 빛을 발하는 중이다. 이로하가 속한 아일릿은 데뷔한 지 8개월 만에 K팝 최초의 기록을 새로 쓰며 '괴물 신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데뷔곡 '마그네틱'(Magnetic) K팝 데뷔곡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4월 20일 자)에 진입했으며 '글로벌 200'에 33주 연속 랭크됐다. 또 현재까지 발매한 2개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126만장을 넘어섰으며 미니 1집 '슈퍼 리얼 미'(SUPER REAL ME)와 미니 2집 '아윌 라이크 유'(I'LL LIKE YOU) 모두 미국 빌보드 200에 진입했다. 올해 데뷔한 K팝 그룹 중 2장의 앨범을 '빌보드 200'에 진입시킨 아티스트는 아일릿이 유일하다.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눈부신 성과를 내는 아일릿. 최근 하이브 사옥에서 만난 이로하는 "믿어지지 않는다"라며 현재의 이로하가 있기 까지 외국인으로서 겪은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이로하는 인터뷰 중 사진 촬영을 하며 사진 기자가 "양반다리 해주세요"라는 요청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양반다리?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며 다리를 이리저리 꼬는 모습으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진지하고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밝히는 이로하는 16살이지만 성숙한 매력이 돋보였다.
-소개 부탁해요.
▶이로하입니다. 아일릿 멤버 막내이고 한국에 온 지는 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11살 때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어요. JYP 엔터테인먼트가 첫 연습생 생활 시작이던데, 어떤 계기로 오게 됐나요.
▶일본에서 캐스팅 됐어요. 쇼핑몰에서 열린 댄스 대회에 나갔는데, 거기서 밥을 먹고 있는데 캐스팅 제안이 왔어요.(웃음) 그대로 오디션을 봤고 합격해서 한국에 오게 됐어요.
-11살이면 엄청 어린 나이인데,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은 혼자 한 건가요.
▶혼자 왔어요. 처음에는 조금 외롭기도 했어요. 그럴 때는 부모님과 통화를 하면서 이겨냈어요. 그러다 점점 시간이 지나고 연습생 친구들과 친해져서 외로움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어를 못하는 상태에서 온 건가요.
▶한국어도 못했고 한국을 아예 처음 온 거다 보니까 어려운 것들이 많았어요. 춤 추는걸 좋아해서 재미있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처음에는 친구도 없고 한국말도 못하다 보니까 힘든 점이 있었어요. 그래도 이겨내려고 노력했어요.
-처음 한국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아빠는 원래 도전하는 것을 응원해 주는 분이에요. '로하가 해보고 싶다면 가도 좋아'라고 하면서 응원해 줬어요. 그런데 엄마는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웃음)
-그때 이로하는 뭐라고 했나요.
▶한국에 가고 싶다고요. 엄마 아빠가 응원을 해준다면 멋진 모습이 되어서 다시 돌아올 테니까 응원해달라고 했어요!
-지금은 한국어를 무척 잘하네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렸나요.
▶처음에는 한국어 레슨을 받을 때도 통역사 분이 필요할 정도로 한국말을 몰랐어요. 그래도 1년 정도 한국에 있다 보니까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더라고요.
-K팝 가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 캐스팅 됐을 때는 K팝을 잘 몰랐어요. 캐스팅을 받은 것을 계기로 좀 알아보고 찾아보면서 관심이 생겼죠. 선배님들의 멋진 무대나 영상을 많이 보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저 선배님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본에서 데뷔할 생각은 안 해봤는지 궁금해요.
▶일본에 있을 때는 춤은 좋아했지만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해보지 못했어요.
-2021년 하이브에 입사한 후 2023년 '알유넥스트'에 출연했어요. 하이브에서 3년간 연습생으로 트레이닝 받았는데, 어땠나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보다 친구들도 더 빨리 사귀었어요.(웃음) 연습생 생활은 물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즐거웠어요. 많이 연습한 만큼 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보일 때가 정말 뿌듯했어요. 연습생 친구들이랑 재밌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K팝에 관심이 생긴 후 이로하씨의 꿈에 영향을 준 가수는 누구일까요.
▶가장 처음 본 K팝 영상이 트와이스 선배님들의 '예스 올 예스'였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저렇게 귀여운데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했으니까요. 한국어는 몰랐지만 따라 부르고 싶고 관심이 높아졌던 계기에요.
-3살 때부터 힙합 댄스를 배웠다고요. 어린 시절부터 노래나 춤을 배울 수 있던 주변 환경적 요인이 있었나요.
▶부모님 덕분이에요. 엄마가 일본에서 춤을 잘 추는 아티스트에 관심이 많았는데, 저도 춤을 잘 췄으면 좋겠다고 댄스 학원에 보내주셨어요.
-이제 한국에서의 생활이 5년이 됐어요.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5년 정도 있었으니까 조금 익숙해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택시 타는 것도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이제 휴대전화로 택시를 부르는 것도 할 수 있어요.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이 엄청 감동받으셨어요.(웃음)
-부모님이 한국에 자주 오시나요.
▶부모님이 쉬는 날이 있으면 가끔 오세요. 부모님이 제가 좋아하는 일본 과자나 삼각김밥도 사 오시고 제가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와주세요.(웃음)
-부모님께 소개한 한국의 장소가 있나요.
▶저도 아직 잘 모르는 곳들이 많긴 하지만 부모님과 쉬는 날에 홍대에 간 적 있어요. 제가 귀여운 것들을 좋아하는데 같이 소품샵도 구경했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문화적으로 다름을 느꼈던 일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숙소에서 생활할 때 욕조를 잘 이용하지 않는 것이 신기했어요. 일본에서 저는 매일 반신욕을 했거든요. 그런데 반신욕을 잘 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또 밥 먹을 때 반찬이 있는 게 신기해요. 일본에는 단무지 같은 것들이 있는 정도거든요. 배달로 음식을 주문했는데 처음에 반찬을 보고 '이거는 안 시켰는데?'라고 생각했어요. 신기했어요.(웃음)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있나요.
▶자주 바뀌긴 하는데, 요즘에는 된장찌개에요! 배달을 시킬 때 요즘은 된장찌개를 자주 시켜 먹어요.
< 【물 건너온 아이돌】 이로하 편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