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가 북미지역과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맞춤형 전략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의 특성 등을 빠른 속도로 대응하는 유연한 생산 전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골드스테인 하우스에서 아이오닉9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호세 무뇨스 사장이 현장에서 직접 차량을 소개할 정도로 행사에 공을 들였다.
아이오닉9은 전장 5060㎜, 전폭 1980㎜, 전고 1790㎜로 거대한 몸집을 자랑한다. 휠베이스는 3130㎜로 현대차 승용 라인업 중 가장 길다. E-GMP를 기반으로 110.3㎾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532㎞를 주행할 수 있다.
다음날인 21일 기아는 LA에서 열린 '2024 LA 오토쇼'에서 EV9의 고성능 모델 EV9 GT 모델을 공개했다. EV9 GT는 EV9의 고성능 트림인 GT-라인(384마력)보다 124마력 높은 최고 출력 508마력을 낸다.
아이오닉9과 EV9 GT는 대형 SUV 선호가 높은 미국에서 전기차 캐즘을 극복할 기대 모델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북미지역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8.6% 늘었다. 전년 대비 53.4% 증가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성장세는 둔화된 상태다.
그럼에도 EV9는 1~10월 미국에서 기아 전기차 중 가장 많은 1만 7911대가 팔리며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위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탰다. 현대차는 같은 대형 SUV인 아이오닉9 역시 글로벌 판매량의 80%를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도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이뤄진다.
국내 시장에선 엔트리급 모델로 전기차 캐즘 극복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현대차·기아의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54%로 지난해보다 10%가 떨어졌다.
이에 현대차는 하반기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소형 SUV EV3(기아), 캐스퍼 일렉트릭(현대차)을 출시했다. EV3는 7월 출시 이후 1만106대를, 캐스퍼 일렉트릭은 8월 출시 이후 5700대를 판매하며 이 기간 판매 순위 1, 2위에 나란히 올랐다.
우수한 상품성과 합리적 가격 책정이 판매 호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V3는 4200만 원, 캐스퍼 일렉트릭은 2990만 원부터 판매한다. 각각 보조금이 투입될 경우 3000만 원대 중반, 2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국내 엔트리급 전기차 시장에 중국 전기차가 등장하는 등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내년 1월 국내 승용차 출시를 선언한 글로벌 판매 1위 비야디(BYD)는 3000만 원대의 소형 SUV '아토3'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중견업체인 르노코리아는 준중형 SUV '세닉'의 국내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