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4년 만에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 지은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처리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내년 6월까지 구체적인 통합안이 나올 예정이지만, 마일리지 가치가 낮아지거나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마일리지 통합작업은 아시아나항공이 공식적으로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본격화한다.
대한항공은 오는 20일까지 제3자 배정방식으로 1조 5000억 원을 투자, 아시아나항공 주식 1억 3157만 8947주(지분비율 63.9%)를 취득한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양사 합병을 최종 승인했고, 미국 법무부(DOJ)도 별다른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4년간 진행됐던 주요 14개국의 합병 심사가 사실상 종결됐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시점부터 6개월 내에 마일리지 통합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2019년 시행제도보다 불리하게 변경 금지 △승인 이후 통합방안보다 불리하게 변경 금지라는 단서를 달았다.
대한항공은 이를 근거로 마일리지 개악(改惡)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 3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단 1마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가치가 서로 달라 1대 1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항공사는 공식적으로 마일리지의 가치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제휴 카드들이 대한항공은 1000원당 1마일, 아시아나항공은 1.5마일을 적립해 준다는 점을 감안해 1대 1.5 정도로 유추한다.
3조 5000억원의 마일리지가 쌓인 대한항공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가치를 최대한 낮춰야 하지만, 자칫 뇌관을 건드리는 꼴이 된다. 3분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이연수익)는 2조 5542억 원, 9819억 원이다.
마일리지와 연계된 양사의 우수회원 제도도 민감하다. 대한항공 모닝캄과 비교해 아시아나클럽은 우수회원 가입 및 유지 조건이 세분돼 있다. 우수회원 제도 중 가장 낮은 등급인 모닝캄이 5만 마일인데, 같은 단계인 아시아나클럽 골드는 2만 마일이다. 향후 대한항공과 마일리지를 합산해도 모닝캄 기준을 넘지 못하면 라운지 이용 등 혜택을 못 볼 수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공정위에 통합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전문 컨설팅을 통해 전환비율을 비롯한 관련 서비스부터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로 유지되는 2년은 기존처럼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양사가 완전히 합병하는 2년 후에 마일리지도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로 통합된다.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소속된 항공동맹 스타얼라이언스를 일정 기간 유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 기간에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하는 방향의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김포~제주 노선에서 840석, 4500석의 마일리지 좌석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부족하다는 평이 대다수다.
항공권은 최고가와 최저가 내에서 다양한 조건에 따라 등급을 나눠 가격에 차이를 두는 방식이다. 그러나 공제되는 마일리지는 가격과 상관없이 고정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장거리에 마일리지를 쓰는 게 소비자에게도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한항공의 '캐시앤마일즈'와 비슷한 서비스가 아시아나항공에 신설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캐시앤마일즈는 대한항공 운임의 최대 30%까지 마일리지로 지불할 수 있는 복합결제서비스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양한 사용처 확대 방안을 마련해 마일리지 사용 관련 고객의 불편함이 개선되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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