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주일간 중국 정부 초청으로 상하이와 베이징을 다녀왔는데, 주요 관광지마다 K-팝 노래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와 매우 놀랐다. 불과 몇 주 전, 몇달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우수근 한중우호연합총회 회장이 지난 달 27일 서울 강남구 파이낸셜뉴스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앞서 우 회장은 지난 달 20일부터 26일까지 7일간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을 방문, 중국 정부측 관계자들을 만나고 왔다고 한다. 귀국 바로 다음날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그는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눈에 총기가 가득한 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우 회장은 "상하이 유명 관광지인 와이탄이나 베이징 일대 쇼핑가를 지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익숙한 K팝이 흘러나왔다"며 "일부러 모른척하고 '이거 한국노래 아닌가요'라고 묻자 중국측 인사가 '한국이 싫으면 상인들이나 쇼핑몰 등에서 한국노래를 틀겠습니까'하는 답이 돌아왔다"고 귀띔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두 도시인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K팝은 이젠 전혀 낮설지가 않다는 얘기다. 와이탄은 상하이 대표 관광지로 우리 '한강뷰'처럼 빼어난 강변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이번 방문기간 중 주요 의제에는 미국 정부 트럼프 2기를 맞아 미중간 관계 전망을 비롯해 미중간 G2 틈바구니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경제적, 외교적으로 민간분야에서 '각'을 잡아야 하는 지 등이 망라됐다. 우 회장이 중국 정부측 관계자들의 초청을 받을 수 있던 배경에는 오랜동안 중국 정부와 민간 쪽에 풍부한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데다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민간차원의 노력을 누구보다 활발히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한중관계가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상관없이 그의 양측간 '민간 가교' 역할은 꾸준하게 이어져 왔다. 말 그대로 '아무나' 중국 정부측 초청을 받을 수 없는 만큼 민감한 한중관계와 관련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에 우 회장을 초청한 것만봐도 우 회장의 '급'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 회장이 대놓고 '친중파'라는 말은 아니다. 그의 행보는 철저하게 중립적 입장에서 한중관계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함으로써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을 민간차원에서 모색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한중우호연합총회는 한중간 경제·외교적 관계 개선을 위해 전국 단위로 조직중인 국내 민간단체 연합체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을 비롯해 소상공인 및 대학교수 등이 각계각층의 민간인들이 포진해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강남지회가 전국에서 17번째로 창립식을 가졌다.
■상하이, 베이징 주요 관광지 도처에 'K-pop'이…
그는 우선 최근 한중간 관계개선의 시그널에 주목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8일 한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사전 예고도 없었고, 일방적 깜짝발표였다. 1992년 한중 수교이래 처음이다. 당장 국내 여행업계가 들썩거렸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는 물론 앞선 사드배치 및 한한령 등으로 냉랭했던 양측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우 회장은 "자주 중국을 찾는 편인데 이번처럼 K팝이 많이 들린 건 최근 들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올 들어 한중간 관계개선의 조짐은 모처럼 중국 성장들이 한국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한 데 이어 양측 고위급 교류가 이어져오면서 감지됐다. 지난 10월에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비서실장 출신인 김대기 전 실장을 주중 한국대사에 내정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보내 우호적인 화답을 셈이다. 이에 중국은 4개월째 공석이던 주한 중국대사에 선임 국장급인 다이빙 주유엔 부대표를 낙점했다. 전임인 싱하이밍 전 대사때보다 '체급'이 높아졌다. 지난달 15일에는 약 2년만에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우호를 다졌다. 당시 윤 대통령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중국 정부에 긍정적 반향이 컸다는 후문이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꽃놀이패 쥐어"
우 회장은 한중관계 복원을 위한 첫걸음으로, 과거의 중국과 현재의 중국을 다르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비자면제 조치 등은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빨리 풀고 싶다는 신호인 만큼 우리 정부와 민간의 경제적, 외교적 후속 조치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한중관계는 수천년전부터 이어져왔다. 우리가 지금 상대할 대상은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현재의 강한 중국"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 등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태에서 우리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지에 따라 한국의 국익이 좌우된다. 어느 한 쪽에 편중될 경우 오히려 한국이 불리하다"며 "특히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등장으로 지난 30년간 유지돼 온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정책 기조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최근 북러간 밀월모드, 트럼프 2기 등장에 따른 보호무역 득세와 관세 폭탄 우려 등으로 복잡해진 국제 안보경제 정세속에서 우리가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취해야 할 스탠스는 미중간 등거리 외교라는 '꽃놀이 패'를 쥐어야 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
우 회장은 "우리가 과거 국력이 약했을 때는 꼼짝없이 당하고 휘둘렸지만, 지금 한국의 국제위상은 확연히 달라졌다"라며 "지금은 중국측이 우리에게 함부로 하려고 하면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을 경제·안보의 레버지리로 활용하면 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덩치와 체급, 국제위상이 아주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신임 주한 다이빙 대사는 급이 높아"
이번 방중기간 동안 중국측 인사들은 우 회장에게 비자 면제 조치와 다이빙 신임 주한대사 내정에 대한 우리측 반응을 물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번 조치가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중국측의 파격적 조치임을 알게 해주는 대목인 셈이다. 우 회장에 따르면, 현재 중국 외교부 안에선 싱하이밍 전 대사 정도 나이에 한국어도 잘하고,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인사가 별로 없다고 한다. 이에 고참 국장급으로, 북핵 문제와 대북제제 등 북한과 관련된 국제 경험과 현안에 밝은 유엔 파견 고위급 인사인 다이빙 대사를 낙점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즉, 한국어를 잘하고, 연령대, 직급이 높으며,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인사를 찾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뜻으로, 최근 한중간 화해무드를 감안해 최적의 인사를 찾은 게 바로 다이빙 주한 대사 내정자라는 것이다.
우 회장은 또 중국측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트럼프 2기 미국 정부에 대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중국이 반도체 수출 불허 등 이미 엄혹한 트럼프 1기를 거친 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충성파들로 각료를 꾸리는 가 하면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 등에 관세 폭탄 예고에 이어 한국에 방위비 재협상을 압박하면서 역설적(?)이게도 민주를 가장한 독재시대로 인해 동맹국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 회장은 "트럼프 2기의 일방통행식 국가우선주의는 결국 동맹국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결국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할 것으로 일부 중국 관료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중간 민간 경제교류 마중물 역할 자임
우 회장은 특히 한중우호연합총회라는 플랫폼을 고리로 앞으로 한중간 민간경제 교류의 장(場)을 확대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 회장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 등에서 중국측과의 문화적 또는 경제적 교류를 원하면 최대한 서포트 할 계획"이라며 "이를 토대로 더 많은 양국간 민간 기업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간 경제교류가 가능한 분야로 화학분야, 의료기기, AI(인공지능)를 포함한 첨단 분야 등을 꼽았다. 그는 "중국은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곳이다. 상하이, 베이징 같은 곳은 최첨단 산업분야가 발달된 지역 외에도 내륙으로 들어갈 수록 발전이 더딘, 2선 3선 도시들도 많다. 이 곳들도 우리와 미래의 잠재적인 교류 대상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연말까지 한·중·일 과학기술촉진협력 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 회장은 본격적인 한중 관계개선을 위해 우선 양국간 스포츠 및 문화 교류 협력 아이디어도 검토중이다.
그는 우리의 국기(國技)인 태권도의 중국 보급 활성화에 적극 매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 국가체육총국측과 협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국가체육총국은 중국 국무원 직속기구로 스포츠 산업발전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다. 우선 내년 상반기 중 중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초청해 태권도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중국측 태권도 사범을 양성하기 위한 협력 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에는 약 5만곳의 태권도장이 있는 만큼 실제 교류 프로그램이 이행된다면 중국내 태권도 종목의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국이 세계 최장인 양궁 스포츠 교류도 생각중이다. 중국 역시 우리만큼이나 양궁이 인기있는 스포츠로 떠오른 만큼 한중간 양궁대회나 양궁훈련 지원 등을 통해 양국간 우호를 더욱 증진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 기대감을 낳고 있다. 내친김에 글로벌 강자로 떠오른 K-pop 공연을 중국 현지에서 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이미 국제적으로 인기몰이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한류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이다. 우 회장은 "한중 양국이 본격적인 해빙무드로 접어들 수 있도록 내년에 태권도와 양궁 등 스포츠 교류를 시작으로 K팝 공연까지 중국에서 진행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나아가 양국 인기가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일종의 '한중 우호 합동 콘서트'도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한중 관계 복원을 위한 이 같은 세부적인 아이디어가 정작 실행되기 위해선 중국 정부의 비준을 받는게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앞으로 한중우호연합총회의 활발한 활동을 위해 고군분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다졌다.
우수근 회장 약력
▲만57 ▲인하대 정외과 졸업 ▲일본 게이오대 석사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로스쿨 석사(LL.M) ▲중국 화동사범대학교 박사 ▲화동사대 특별 초빙교수 ▲사단법인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한중우호연합총회 회장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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