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사회는 글로벌 차원의 규제개혁에 뜻을 모아 G20의 금융안정위원회(FSB)를 주축으로 2011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형 은행을 정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FSB는 매년 국제 금융체계상 중요 은행(G-SIB)를 지정하고 있으며, 각국에 금융회사의 부실정리계획 수립 및 외국 정리당국과의 공조체계 구축을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2023년, 그간의 노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크레디트스위스(CS),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의 은행 부실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CS는 스위스 2위 은행이자 G-SIB으로, 총자산이 5000억달러에 이르고 50여개국에서 영업을 하는 대형은행이었기에 신속히 대처하지 않으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었다.
또 SVB의 경우에는 SNS를 통한 정보 확산과 디지털 뱅킹 사용으로 유례없는 속도의 뱅크런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스위스와 미국 등의 금융당국은 불과 일주일 안에 CS 합병 및 SVB 폐쇄 조치를 마무리하며 신속한 위기 수습 능력을 보여줬다.
FSB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CS, SVB의 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던 것에는 2011년 이후 정립된 정리 체계, 특히 그 중에서도 G-SIB가 운영하는 본국과 주요 진출국 정리당국 간 협의체(CMG) 등 국가 간 소통·협력 체계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 금융당국도 국제 정리체계에 발맞춰 2016년부터 국내 금융체계상 중요한 금융기관을 선정하고, 2021년부터는 이들의 부실을 가정하고 가상으로 정리해 보는 부실정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더불어 국가간 정리를 대비한 국제공조 체계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례로 예금보험공사는 주요 G-SIB가 소재하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외국 금융당국과 정리협력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다만, 중국 등 상대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으로의 진출 규모가 큰 기타 국가와의 의사소통 방안을 여전히 마련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헬렌 켈러가 남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적지만, 함께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Alone we can do so little, together we can do so much)"는 협력의 중요함을 알리는 대표적인 명언으로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국경을 뛰어넘는 오늘날의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더욱 단단히 손을 맞잡아야 할 것이다.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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