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난 돈 제대로 못써
개혁 이끌 리더십 실종
정치 무능 정부 무기력
개혁 이끌 리더십 실종
정치 무능 정부 무기력
자유무역 붕괴가 두번째 고리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초고율 보복관세 전쟁이 중국의 물량공세에 휘발유를 부을 것이다. 한국이 누렸던 자유무역의 혜택과 밸류체인이 무너진다는 의미다. 생산과 투자 위축, 일자리 파괴, 내수침체는 더 깊어진다. 일하고 납세할 생산가능인구는 20년 후 2700만명으로 쪼그라든다. '늙은 국가'(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이것이 마지막 고리로 완성된다.
우리의 실책이 한둘이 아니지만, 세 가지를 너무 빨리 상실했다. 리더십과 정치, 추진력이다. 미래를 통찰, 개혁을 이끌 리더십은 실종됐다. 정치는 무능하고, 정부는 무기력하다. 노동·교육·의료·연금 4대 개혁을 주문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은 확인되지 않는다. 관료사회는 이미 레임덕, 추진력을 잃었다.
한국 경제는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유동성에 취했다가 역습에 기진맥진해졌다. 최근 몇 년간 저금리에 돈이 넘쳤다.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부의 사다리는 끊어졌다.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졌다. 노동의 가치는 추락했다. '영끌' '빚투'의 광기는 부동산과 코인에서 대박을 꿈꿨다. 넘쳐난 유동성은 인프라와 신산업에 제대로 투입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발전에 대못을 박았다. 투자와 고용, 신산업을 옥죄는 규제는 악순환했다.
일자리가 많은 공장들은 해외로 나갔다. 양질의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졌다. 정부는 빚을 내 재정을 늘렸다. 문 정부 5년간 현금 24조원을 서민들 호주머니에 넣어줬다. 좀비기업은 혈세 보조금으로 연명했다. 나랏빚이 400조원 넘게 불어났다. 산업과 노동, 교육의 큰 틀을 바꾸는 힘든 구조개혁은 미뤘다. 산업구조 전환은 실패했다.
경직된 노동부문 개혁은 손도 못 댔다. 일자리를 억지로 늘린 공기업은 비대해졌다. 기득권 노조는 더 강성해졌다. 서열 만능의 교육제도는 양극화 골을 더 파내려갔다. 국가부채와 인플레이션을 떠안은 윤석열 정부가 개혁을 외쳤다. 그러나 원전 재개 말고는 산업과 정부(공기업) 구조개혁은 제자리다. 약간의 긴축이 가계빚 이자와 소비침체로 내수를 역습했다. 인플레이션은 가장 약한 서민들, 청년들, 보통의 자영업자들을 빠르게 무너뜨렸다. 정치마저 '민생'의 한쪽 눈을 감았다.
한국 경제는 추락해도 다시 튀어오르는 탄성이 높았다. 이 힘으로 경제위기를 잘 넘었다. 그 세대가 부(富)도 이뤘다. 성장률이 1% 아래로 추락했던 1980년 2차 석유파동(-1.6%), 1998년 외환위기(-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등 네 번의 위기가 그랬다. 위기 다음 해인 1981년 7.2%(2년 후인 1983년 13.4%, 역대 세번째이자 1980년대 최고 성장률), 1999년 11.5%(1990년 이후 최고치), 2010년 6.8%(2003년 이후 최고치)로 반등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위기(-0.7%) 다음 해는 반등 폭이 4.3%, 이듬해 2.6%로 더 떨어졌다. 20년 새 반토막이 더 난 셈이다. 이것이 정점, 적어도 수년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다. 더 나빠지면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다. 땅에 떨어진 공(경제)은 탄성에너지를 잃으면 바닥에 정지한다. 그 전에 공이 다시 튀어오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총체적 구조개혁이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튼튼히 만드는 것, 그 길뿐이다. 작금의 정치는 성장률 마이너스, 정부는 제로 꼴이다. 정신 못 차린 지금의 국정 리더들, 몇십년이 될지 모르는 '잃어버린 시간'의 나쁜 주역으로 후대에 기억될 것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