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경제적 가치 4조3000억원, 삼성 반도체 기술인력 중국 빼돌린 브로커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3 12:00

수정 2024.12.03 13:40

산업기술보호법 대신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만 적용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핵심 기술 인력의 중국 이직을 알선한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유출 기술의 경제적 가치만 최소 4조원을 훌쩍 넘는다. 다만 산업기술보호법상 기술 브로커 처벌 규정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이 같은 행위를 한 컨설팅업체 대표 A씨(64)를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3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헤드헌팅업체 대표 2명과 법인을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로 보냈다.


A씨는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장관 허가 없이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을 중국 현지 반도체 제조업체인 청두가오전(CHJS)에 이직을 알선해 인력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 엔지니어 출신인 A씨는 퇴사 후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고 기존에 알고 지내던 반도체 핵심 인력들에게 접근했다. 목적은 청두가오전으로 이들을 빼돌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과정에서 고액 연봉과 주거비, 교통비 지원 등 '당근'으로 제시하며 유혹했다.

경찰 관계자는 "직업안정법상 국외 유료직업소개업은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등록을 해야 하지만, A씨는 등록 없이 국내 인력을 해외에 알선하며 거액을 받아 챙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청두가오전 설립 초기 고문으로 활동했다. 청두가오전은 A씨와 같은 브로커를 한국 내에 여러 명 두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 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청두가오전은 이런 수법으로 빼돌린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인력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 D램 반도체 연구와 제조 공장 건설에 착수했고, 1년 3개월만인 지난 2022년 4월 시범 웨이퍼까지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통상 반도체 제조회사가 D램 반도체 관련 시범 웨이퍼 생산 기간에 최소 4~5년의 시간을 투자하는데, 이를 대폭 단축시킨 것이다.

다만 청두가오전은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반도체 양산 단계까지 진입하지 못한 채 공장 운영을 중단시켰다.

경찰 수사 결과 청두가오전은 국내 반도체 업체 임원 출신이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만든 회사로,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을 집중 영입해 삼성전자 기술로 20나노급 반도체 생산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추산 삼성전자의 피해 금액은 4조3000억원 규모로, 실제 피해 금액은 그 이상으로 평가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기술인력 유출사안에 대해 관련 법 개정 등을 대비해 보다 적극적이고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며 "전문 수사요원을 투입해 국가핵심기술 등에 대한 첩보 수집 및 단속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같은 날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하고 부정 사용한 청두가오전 임직원 21명에 대해서도 '산업기술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했다.


앞서 경찰은 청두가오전의 대표인 삼성전자 상무와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 출신 최모씨와 청두가오전 공정설계실장인 삼성전자 전직 D램 메모리 수석여구원 오모씨를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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