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으며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됐던 상호금융권(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상호금융업권 건전성 제고방안 세부 추진과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 5월 '제1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한 뒤 나온 후속조치다.
상호금융권은 10년 만에 2배나 급성장하며 총자산이 1033조원에 달하지만 규제 수준은 다른 금융권에 비해 느슨한 편이다.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건설업 등 고위험 부문 여신 집중으로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개별 조합 뿐 아니라 조합을 지원해야 할 중앙회의 PF대출, 대체투자 등 고위험자산 운용으로 중앙회의 건전성 및 손실흡수능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업권내·업권간 차이로 인한 규제 차익이나 공백 등이 리스크 우려로 연결되지 않도록 이같은 건전성 제고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조합의 분할·해산 등에 사용되는 법정적립금의 의무적립한도를 자기자본의 3배로 상향 평준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협의 의무적립한도는 납입출자금 총액의 2배에서 농협·수협·산림조합과 같이 자기자본의 3배로 상향된다.
상호금융권의 적기시정조치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적기시정조치란 금융회사가 건전성이 악화해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적절한 경영개선조치를 하도록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조치다.
신협·수협·산림조합의 경영개선권고 기준(순자본비율 2% 미만)은 농협 수준(순자본비율 5% 미만)으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조합원 출자 확대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신협의 조합원 출자 한도를 10%에서 새마을금고 수준인 15%로 상향한다.
총자산이 1조원 이상인 조합이 늘어나는 등 상호금융권 대형화 추세를 고려해 일정 규모 이상의 중·대형 조합에는 은행·저축은행 수준의 규제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잠재적 취약성을 자체 점검하기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도입하고 현재 행정지도로 운영되는 거액여신한도를 법제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공동대출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대출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의 내용은 감독규정 등에 반영한다.
중앙회의 역량도 강화된다. 신협과 새마을금고 조합의 중앙회 의무예치비율을 100%로 상향 조정해 중앙회의 유동성 지원 여력을 높이고, 중앙회에 대한 경영지도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금융기관 수준으로 상향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건전성 강화 방안을 시작으로 향후 지배구조, 내부통제, 검사·감독 및 제재 등에 대한 추가 제도 개선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상호금융권 부동산 PF 등 리스크 요인도 점검했다.
상호금융권은 PF 부실 대응을 위한 사업성 평가 시행을 통해 8800억원의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상태다.
공동대출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고위험 공동대출 취급 시 중앙회 사전심사를 의무화했고, 연말부터는 유동성 비율 규제(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 100% 이상)가 시행된다.
다만 부동산·건설업 대손충당금 적립금 상향 방침과 관련해 업계 부담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시기를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
충당금 적립률은 올해 말 120%, 내년 상반기 말 130%로 확대될 예정이었지만 시행 시기 조정을 통해 내년 상반기 말 120%, 내년 말 130%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충당금 부담 완화로 인해 확보된 자금 여력을 배당 등 이익 분배가 아닌 부실채권 정리와 손실흡수능력 확충에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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