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00년부터 모든 정부에서 유전개발 출자를 지원해왔음에도, 예산 전액 삭감으로 지원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볼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박성택 1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산업부 주요 예산사업 관련' 브리핑을 갖고 야당의 내년도 예산안 삭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차관은 "중국이 4만8779공, 일본이 813공을 뚫는 등 주변국들은 공격적으로 자원개발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크게 뒤처져 있는 우리가 우리 영토에서 부존자원을 확인하겠다는 시도를 막는 것은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원개발은 실패 위험성이 높아 민간 기업이 개발 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정부가 성공불융자를 통해 위험을 분담하고 있다"면서 "공기업인 석유공사의 1차공 탐사시추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이는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일까지 여야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는 "시추선이 10일이면 부산항에 도착한다. 사실상 시추 작업은 시작됐다"면서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만약 불발이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 불발 시 고려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국회에서 예산이 삭감되면 정부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업은 계속돼야 하는데 석유공사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차공 시추부터 해외 투자유치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조광제도 개편도 이뤄지기 전인 탓에 지금 당장 1차공 시추도 투자 유치를 통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국회 예산 삭감 확정 시)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조달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사채발행도 대안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야당의 내년도 산업부 소관 예산 삭감 여파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야당의 내년도 예산안 단독 의결 결과, 2025년도 산업부 예산안은 11조4336억원으로, 정부안 대비 675억원이 감액된 규모다.
특히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첫 시추작업 관련 예산이 거의 전액 삭감됐는데, 야당은 기존 정부안 505억5700만원에서 497억2000만원(98%)을 삭감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통과시킨 예산은 8억3700만원에 불과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로 오는 10일까지 여야가 다시 협의에 나설 예정이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자원탐사개발 사업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시추 1공당 최소 1000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의 재정으로만 감당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는 총부채 19조6000억원, 자본금은 마이너스(-)1조30000억원으로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