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영상통화 캡처는 불법촬영 아냐"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3 18:24

수정 2024.12.03 18:24

징역형 선고한 원심 파기환송
영상통화 중 상대방의 나체가 나오는 모습을 녹화한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불법촬영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불법촬영죄는 '직접 촬영'한 경우에 적용할 수 있으므로, 녹화 영상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A씨는 지난해 5월 교제하던 연인 B씨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B씨가 나체로 샤워하는 모습을 녹화하고, 해당 영상을 캡처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외에도 B씨를 상대로 주거침입미수, 협박, 특수재물손괴 등의 범행을 한 혐의도 받았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에 7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몰래 촬영했다가 이를 유포할 듯이 협박했고, 실제 이를 온라인에 공연히 전시했다"며 "이 사진을 피해자의 아들에게까지 전송했고 피해자는 피고인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상 불법촬영죄는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나체로 샤워하는 모습을 휴대전화 녹화기능을 이용해 녹화·저장한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 자체가 아니라 신체 이미지 영상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이 정하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A씨의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함에 따라, 하급심 법원은 형량을 다시 정하게 될 전망이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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