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마감할인 맞춰 마트 가는 소비자… 떨이상품 순식간에 완판 [불황에 新아나바다 뜬다 (하)]

노유정 기자,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3 18:43

수정 2024.12.03 18:43

오후 9시 넘어 고객 방문 늘어
신선식품 30~40% 싸게 판매
할인 유통기한 임박 상품 인기
재고·쓰레기 줄어 환경에 도움
지난 2일 오후 9시께 서울 중구 이마트 청계천점 정육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마감할인 품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지난 2일 오후 9시께 서울 중구 이마트 청계천점 정육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마감할인 품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어, 마감세일이다."

지난 2일 오후 9시께 서울 마포구 이마트 신촌점. 사람들이 해산물 코너에 몰려들었다. 해산물 코너에서 마트 직원이 초밥과 회 상품에 부착했던 '20% 할인' 스티커 위에 '40% 할인' 스티커를 덧붙이기 무섭게 상품들이 장바구니로 옮겨졌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떨이상품을 노리고 마감시간에 마트·슈퍼를 찾는 '올빼미 소비자'가 부쩍 늘고 있다. 일부 마트에선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 폐기하는 재고가 감소하는 부수효과도 누리고 있다.


■떨이상품 찾아 '눈치게임'

이마트 신촌점에서 만난 신주연씨(31)는 "주말에는 거의 장을 보지 않는다"며 "떨이상품을 사기 위해 보통 평일 퇴근 후 오후 9시 넘어 마트를 찾는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인 그는 "그날그날 만들어서 파는 초밥, 닭강정 등이 떨이로 많이 나오는데 한끼 때우기 좋아 자주 사 먹는다"고 덧붙였다.

물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자취생들도 마감 전 장보기 단골이다. 중국 국적 유학생 장금책씨(25)는 이화여대 근처에서 자취를 하지만 근처 슈퍼를 두고 지하철을 이용해 이마트 신촌점을 방문한다. 그는 "주로 오후 8시40분~9시에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부담이 훨씬 덜하다"며 이날도 '40% 할인' 스티커가 붙은 4780원의 우렁살을 샀다.

이날 롯데슈퍼 마포점에선 마감시간인 오후 11시까지 한 시간도 채 안 남았지만 매장에 발걸음이 이어졌다. 마포점 직원은 "오후 10시 이후 찾는 손님이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김상진씨(32)는 "40%까지 할인 폭이 커지는 오후 9시에 사람들이 몰려 눈치게임을 한다"며 "고물가로 한끼 음식값이 1만원을 훌쩍 넘다 보니 저녁을 마트에서 간단히 때우곤 한다"고 귀띔했다.

지난 1일 오후 9시 서울 중구 이마트 청계천점은 1인용 가구를 겨냥, 소포장으로 다양한 채소를 990원에 내놓는 채소코너 매대가 빈 곳이 많았다. 초밥, 치킨을 파는 델리코너엔 늦은 시간 20·30세대들이 많았다. 9980원에 판매되던 '뉴 순살양념닭강정(팩)'이 마감세일로 20% 할인된 7984원에 판매되자 젊은 고객들은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취재차 찾은 마트들은 대체로 마감세일 폭이 큰 편이었다. 중랑구 이마트 정육코너에선 마감할인이 들어가자 삼겹살 500g이 2만4000원에서 1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초밥코너에는 단 1팩 남아있었는데 4번의 할인을 거쳐 정상가 2만원에서 1만2000원까지 8000원이 낮아졌다.

■폐기 직전 상품도 인기

'올빼미 고객'이 늘면서 일부 슈퍼는 폐기 처분하던 재고가 줄어드는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싸게 사려는 고객이 늘어서다. 롯데슈퍼 마포점에서 3년째 일한다는 직원 A씨는 "유통기한이 있는 야채나 유제품 같은 상품을 기한이 다 됐을 때 싸게 사는 사람이 확실히 늘었다"며 "그 덕분에 폐기할 재고는 줄었지만 경기가 안 좋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폐기 직전인 상품 구매가 증가하면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빠르게 재고가 처리돼 다시 신선한 제품을 준비할 수 있다"며 "결국 소비자한테 좋은 상품이 공급되므로 바람직한 선순환"이라고 분석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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