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4조 반도체 기술유출 도왔는데… 처벌은 솜방망이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3 18:52

수정 2024.12.03 18:52

中에 삼성 인력 빼돌린 브로커들
검찰 송치됐지만 처벌규정 미비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만 적용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핵심 기술인력의 중국 이직을 알선한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유출 기술의 경제적 가치만 최소 4조3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우리 법에 브로커 처벌규정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3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가 구속 송치한 컨설팅업체 대표 A씨(64)는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 장관 허가 없이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을 중국 현지 반도체 제조업체인 청두가오전(CHJS)에 이직을 알선, 인력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헤드헌팅업체 대표 2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로 보냈다.


국내 반도체 업체 엔지니어 출신인 A씨는 퇴사 후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고 기존에 알고 지내던 반도체 핵심 인력들에게 접근했다. 청두가오전으로 이들을 포섭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고액연봉과 주거비, 교통비 지원 등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기술자들을 유혹했다.

A씨는 청두가오전 설립 초기 고문으로 활동했다. 청두가오전은 이런 수법으로 빼돌린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인력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 D램 반도체 연구와 제조공장 건설에 착수했고, 1년3개월 만인 지난 2022년 4월 시범 웨이퍼까지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청두가오전은 국내 반도체 업체 임원 출신이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만든 회사다. 이들은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을 집중 영입한 뒤 삼성전자 기술로 20나노급 반도체 생산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양산까지 진입하지 못한 채 공장 운영이 중단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적발해 놓고도 엄벌할 수 없는 한계도 확인됐다.
처벌규정이 더 강력한 산업기술보호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에 기술유출 브로커 처벌규정이 없어서다. 경찰이 같은 날 청두가오전 임직원 21명을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것과 대조된다.
소관 부처인 특허청 관계자는 "의원입법 형태로 일부 발의됐는데 몇 개 문구에 대한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국회와 문구를 가다듬을 예정이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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