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실시간 속보로 타전하면서 향후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주요 일간지들은 4일 조간신문 1면에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기사를 크게 싣고 홈페이지 상단에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배치했다.
교도통신은 비상계엄 선포부터 포고령 발표, 국회 표결, 비상계엄 해제 등 일련의 사건을 신속하게 전달했다. 교도는 "윤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했던 비상계엄을 해제한다고 4일 새벽 밝혔다"고 보도했다.
교도는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해 어려운 국정 운영을 강요받았다"며 "사태 타개를 노리고 비상계엄 선포라는 강경책을 단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가 모두 비판을 강화해 구심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교도는 또 다른 기사에서 "한국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이라며 "강권정치 시대로 퇴보한 듯한 강경책에 혼란이 확산했다"고 해설했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도 윤 대통령이 야당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 "이러한 수법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고 더 큰 혼란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마이니치는 "윤 대통령이 야당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수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및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개선 흐름이 이어졌던 양국 관계에 악재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는 "국교정상화 60년에 맞춰 관련 행사도 검토가 이뤄진 가운데 계엄령이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듯하다"고 보도했다.
당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내달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었으나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이시바 총리 방한이 향후 상황에 따라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지난달 21일 라오스에서 열린 제11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ADMM-plus)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개최하고 나카타니 방위상의 연내 방한에 합의했다. 하지만 전날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2015년 이후 9년 만의 일본 방위상의 방한이 성사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닛케이는 "한국 정국이 불안해져 동아시아 안전보장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요미우리는 계엄 선포로 한국에 있는 일본인과 일본 기업 관계자들이 당혹스러워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국민에게 "구체적인 조치는 명확하지 않지만 향후 발표 등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 여행을 계획했던 한 일본인 가족은 NHK에 "뉴스를 보고 불안해져서 결국 여행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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