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 예측불허, 내수 타격 더 클 듯
과거 탄핵 국면 소비 냉랭…최악땐 장기불황
과거 탄핵 국면 소비 냉랭…최악땐 장기불황
[파이낸셜뉴스] 상상도 못했던 비상계엄은 선포 후 6시간만에 해제됐지만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후폭풍은 예측불허다. 외환시장이 당장 영향을 받았다. 지난 3일 밤 계엄이 선포된 직후 역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4원까지 급등했다. 계엄 소식이 외신을 통해 알려진 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국고국 관계자들에게는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 의사를 표명하자 '계엄 해제' 뉴스를 속보로 전한 사례도 있었다. 해외투자자들이 전례없는 사태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던 탓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를 3일 자정과 4일 오전 7시 개최하고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한 것도 이같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1%대 성장'…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서(S&P)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대해 "실질적 영향은 없다"고 분석했다. 6시간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에도 시장우려는 높다. 경제지표를 흔들 대내외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환율은 정부가 F4회의를 통해 "주식, 채권, 단기자금, 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한다"고 밝히면서 다소 안정적이다.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5년물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계엄 선포 후 36bp(1bp=0.01%p)를 웃돌았다 해제 후 이날 오전 7시, 이전 수준인 34.02bp로 떨어졌다.
환율 추이와 CDS프리미엄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지표다. 지표가 정상을 벗어나면 한국 투자금을 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엄 해제로) 일단 고비는 넘긴 것 같다"면서도 "다만 여전히 탄핵 등 이슈가 여전해 주식시장 등에서 외국인투자자 이탈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탄핵 이슈 외에도 경기흐름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1%대 성장 전망이 대세고 수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내수 회복세는 미미하다. 'L'자형 장기불황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계엄 상황은 어정쩡하게 마무리됐지만 탄핵 국면으로 이어질 여지가 높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한국은) 거버넌스(지배구조) 통제가 안되는 나라라는 인식이 커질 수 있어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내수 후폭풍 커…"소비심리 급랭"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더 우려되는 부분은 내수 부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소비심리가 상당히 위축된 선례가 있어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기였던 2004년 3~5월 당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4분기 95, 2·4분기 89였다. 월 단위 CSI가 발표되지 않았던 때다. 분기 기준으로 기준선인 100 밑으로 추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이슈였던 2016년 10~2017년 3월까지 CSI는 100 아래였다. 2016년 10월 102.7, 11월 96, 12월 94.3, 2017년 1월 93.3, 2월 94.5, 3월 97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증가율도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탄핵이슈까지 겹치면) 소비침체의 골이 더 깊게 패일 수 있다"며 "장기불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 정부의 내수지원도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 실제 이날 경제부총리 주재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지원 강화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던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연기됐다.
정부도 대외신뢰도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의 펀드멘탈(기초체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비상계엄과 해제 등이 톱 뉴스로 나오면서) 한국 정부 신뢰도가 금이 간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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