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1980년대 이후 볼수 없던 권위주의적 지도자 연상시켜"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4 18:39

수정 2024.12.04 18:39

AP통신·CNN 등 외신도 속보
日 언론들은 주요 뉴스로 다뤄
요미우리 "국민 지지는 불투명"
교도 "강권정치 시대로 퇴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소식이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조간 1면에 보도됐다. 오사카우메다역에서 한 시민이 신문을 읽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소식이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조간 1면에 보도됐다. 오사카우메다역에서 한 시민이 신문을 읽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전 세계 외신들도 일제히 한국발 속보를 각국에 타전했다. 주요 외신들은 계엄령 선포와 해제까지 전 과정에 걸쳐 자세한 경위를 전하고, 향후 부정적 파장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시대를 후퇴시킨 충격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한국이 당분간 혼란의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은 3일(현지시간) 계엄 해제 이후에도 국회 앞에 시민들이 모여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정치적으로 미지의 바다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AP통신은 "한국의 계엄 선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라며 "윤 대통령의 놀라운 움직임은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경제지들 역시 한국의 비상계엄 상황을 신속히 전달했다. WSJ는 국회가 계엄령이 선포된 지 불과 수 간 만에 이를 끝내도록 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면서 민주당 등 야당과 윤 대통령 간 갈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FT는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조차 계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계엄은 효력을 상실했다"는 글을 올렸다고 언급했다.

영국 BBC, 가디언, 스카이뉴스, 더타임스 등도 홈페이지 최상단에 한국 비상계엄령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라이브 페이지를 열었다. 가디언은 '권위주의 향수에 대한 윤석열의 도박은 어리석은 것으로 판명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일본 언론도 이날 가장 큰 뉴스로 한국의 비상계엄을 다뤘다.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주요 일간지들은 4일자 조간신문 1면에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기사를 크게 싣고 홈페이지 상단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교도는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해 어려운 국정 운영을 강요받았다"며 "사태 타개를 노리고 비상계엄 선포라는 강경책을 단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가 모두 비판을 강화해 구심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강권정치 시대로 퇴보한 듯한 강경책에 혼란이 확산했다"고 해설했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도 "이러한 수법이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고 더 큰 혼란도 예상된다"고 했고, 마이니치는 "윤 대통령이 야당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수법을 썼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태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및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개선 흐름이 이어졌던 양국 관계에 악재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당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내달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었으나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티머시 리치 웨스턴켄터키대 정치학 교수는 "계엄 선포는 김대중의 도전과 같은 국내 요인을 북한의 위협으로 돌리며 1970년대 초반 계엄령을 선포한 박정희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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