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하 캐터필러 디지털 펠로
광산제품에 써 온 머신러닝 활용
아마존처럼 맞춤 정보 전달 가능
외국인 고객 언어 장벽 문제없어
전문 인력 고용 한계 해결할 수도
광산제품에 써 온 머신러닝 활용
아마존처럼 맞춤 정보 전달 가능
외국인 고객 언어 장벽 문제없어
전문 인력 고용 한계 해결할 수도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섐페인의 일리노이대 캐터필러 연구소에서 만난 크리스 하 박사(디지털 펠로·사진)는 AI의 활용 잠재력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캐터필러는 건설현장이나 광산의 굴착장비 등을 만드는 세계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다. 하 박사는 캐터필러에서 20년 넘게 엔지니어링과 데이터 분석·전략 등을 담당했고, 현재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업무를 맡고 있다.
하 박사는 캐터필러가 제품 유지·보수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터필러는 현재 수익의 대부분이 제품 판매로 이뤄져 있지만 앞으로는 판매 이후 부품·서비스 분야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면도기 회사 질레트의 '면도기·면도날 전략'을 차용한다는 구상이다. 질레트는 면도기를 팔면서 소모품인 면도날을 계속 구매하도록 영업해 매출 규모를 크게 늘렸다.
유지·보수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AI 등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하 박사는 "구글, 아마존이 개인화된 광고를 띄우는 것처럼 생성형 AI가 신규 고객, 온라인에 익숙한 고객, 딜러(판매채널)를 직접 찾아가는 고객마다 성향에 맞는 정보를 익숙한 언어로 전달할 수 있다"며 "고객접점 업무의 상당 부분을 AI가 담당할 수 있다고 보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AI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한꺼번에 고용하기 어려운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분석 툴이나 AI가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면 직원들은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관련 매출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 박사는 "반복되는 업무를 AI에 맡기면 사람은 중요한 일 위주로 할 수 있게 된다"며 "관련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 인력을 늘리는 과정에서 효율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조분야의 경우 제품군이 다양해 AI, 자동화를 도입할 유인이 낮다는 설명이다. 그는 "라인에서 수십만대를 생산하는 자동차업체는 투자 대비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우리는 생산 규모가 많지 않아 투자효율이 떨어진다. 비용절감보다 제품력이 우선이 되는 제품군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생산 현장에서 AI, 로봇이 일부 사용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조를 포함한 정확도가 중요한 분야에서도 생성형 AI 활용도는 높지 않다고 전했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환각(hallucination)'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그는 "제조현장이나 제품보증, 법률 분야는 AI 환각을 수용하기 어렵다. 다만 고객접점에서는 질문할수록 답이 나아지기 때문에 점점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박사는 "캐터필러는 오래전부터 광산 제품에 자율주행을 적용했다. 여기에 이용된 머신러닝(기계학습)은 오래 사용돼 온 기술"이라면서도 "생성형 AI는 이제 막 빠르게 발전하는 단계인 만큼 기술 속도에 맞춰 고객서비스 분야부터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노유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