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배터리-반도체 공급망 불똥튈라... 韓 정세 촉각 세우는 해외투자자 [계엄사태 후폭풍 흔들리는 국가신인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4 19:00

수정 2024.12.04 19:00

전 세계 배터리 및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이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혼란에 휩싸이면서 생산차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외신들은 엔비디아처럼 한국 반도체를 수입하는 해외 기업이 이번 사태에 파편을 맞는다고 걱정했다.

미국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3일(현지시간) 한국 비상계엄 사태로 미국의 지역 동맹이자 국제 공급망의 핵심 고리인 한국에 정치적 불안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미국 경제지 배런스는 한국산 배터리와 반도체를 지적하며 세계적인 공급망 충격을 우려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EV볼륨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각각 16%, 6%였다.
양사의 생산량 순위는 각각 3위와 5위로 집계됐다. 미국 투자사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정책팀장은 마켓워치를 통해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한국의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그 여파가 해외로 번지는 상황을 경계했다. 한국의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같은 달 전체 수출액이 1.4%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전년 동기보다 30.8% 증가한 125억달러(약 17조6375억원)에 이르렀다. 미국 경제지 더스트리트는 3일 보도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전망이 더 이상 긍정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블랙웰' 그래픽구동장치(GPU)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조립해 인공지능(AI) 가속기를 만드는 만큼 한국 기업의 안정적인 HBM 공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더스트리트는 이번 계엄 사태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생산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엔비디아는 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BS 글로벌 기술 및 AI 컨퍼런스에서 블랙웰 GPU와 관련된 공급 부족을 인정했다. 콜레스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행사에서 "블랙웰 공급 부족 문제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지속되면서 다음 회계연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 자산운용사 올스프링의 데릭 어윈 신흥시장증시 대표는 배런스를 통해 이번 사태가 "기업 환경보다는 한국 내부정치와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시에 비상계엄 발동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콩 자산운용사 레일리언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제이슨 슈 창업자도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성장 및 업계의 탈중국 성향이 한국의 "정치적 배경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러한 추세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한국 반도체 주식을 저가매수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3일 한국 종목들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한국ETF(EWY)는 전일 대비 0.90달러(1.59%) 하락한 55.81달러로 마감했다. 장 초반 4.04달러(7.12%) 폭락한 52.67달러까지 추락하며 52주 신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계엄령 해제 결의안 국회 통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해제 선언으로 이후 낙폭을 크게 만회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