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알려진 미나 페르호넨은 최근 본 전시 중에 매우 잔잔하지만,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전시이다. 미술인들에게 그의 디자인 작품들은 많은 미술관 스토어에 있어서 누구의 작품인지도 모르면서도 아주 익숙한 브랜드이다.
처음에는 핀란드어로 '나'를 의미하는 '미나'와 '나비'의 뜻을 가진 '페르호넨'이란 이름 때문에 노르딕 디자인회사인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북유럽 디자인의 철학, 즉 좋은 것은 오래된 것이어도 지속적으로 생산한다는 개념에 영감을 받은 일본 디자이너 미나가와 아키라가 30년간 만든 브랜드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졌다. 그리고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원하는 소확행족이나, 25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라 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삶'에 대한 문화적·예술적 감성이 매우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는 정식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어쩌면 디자인에 대한 접근이 좀 달랐다. 6.93m의 자수 실로 만든 탐불린이라는 원형 패턴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6760개의 탐불린 원을 담은 한 장의 패브릭을 만들어 그것으로 그의 디자인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한 장에서는 한 개의 조끼·바지·겉옷이 나오고, 남은 조각천들은 작은 가방이나 브로치 같은 소품들이 되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시대에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든지, 아니면 여전히 수공예적인 것이 만들어 내는 아날로그적 감동이 아니다. 그가 지향하는 디자인의 생태계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고, 그러한 태도로 계속해서 새로운 디자인 패턴과 패브릭을 만들어 지난 30년간 그의 다양한 디자인 제품과 그의 색깔의 세계관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그가 말하는 한 장의 천에 대한 철학은 매우 명확하다. 이 한 장의 천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의 형태가 되어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 들어가서 사용되면서, 나아가 그들의 삶의 기억의 일부가 된다는 점까지 생각한다는 점이다. 전시에는 그가 한 장 한 장 그린 다양한 드로잉, 회화, 제작을 위한 디자인 도구들이 나오지만 전시 마지막 방인 '흙'이라는 제목의 방엔 아마도 디자이너 전시에서 흔히 보지 못했을 섹션이 있었다. 미나 페르호넨을 입고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들을 사용한 여러 사람들의 기억의 내용을 담은 영상과 그들의 낡은 옷들이 소개되었다. 작은 울림이 있다. 현재 플라스틱보다도 더 많은 쓰레기섬을 만드는 수천벌의 옷이 난무하는 시대에, 소중하게 아끼고 이어가는 한 벌의 옷을 간직하는 사람들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내용이 도쿄 신미술관에서 약 14만명이 방문한 전시가 되고, 이제 우리 서울에서도 우리의 삶과 디자인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과연 우리에게 기억되는 한 장의 천이나 패턴이 무엇일까를 질문하는 우리들에게 다시 멈추어 서서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지윤 ㈜숨프로젝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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