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민생 뇌관까지 건드린 비상계엄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4 19:33

수정 2024.12.05 06:24

김서연 생활경제부 차장
김서연 생활경제부 차장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 잠들기 전 TV를 시청하던 중 뉴스특보를 본 순간 두 눈과 귀를 의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다는 소식이었다. 이후 오후 11시께 계엄사령부가 언론 통제 등을 포함한 1호 포고령까지 발표하면서 한번 더 놀랐다. 2024년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언론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사태를 주시하며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비상계엄 선포 2시간30여분 뒤인 4일 오전 1시께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은 1980년 5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44년 만이라고 한다.

비상계엄 사태는 하룻밤의 꿈같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거센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국가의 안위가 걱정이지만 민생 역시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기후플레이션 영향으로 전방위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물가인상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환율 문제가 꼽힌다. 환율상승은 수입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식품 제조·생산 비용과 국내 소비자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1440원대까지 급등했다. 지난 2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13.9원까지 내렸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한국은행 역시 고환율에 따른 영향으로 12월 이후 물가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개월 연속으로 1%대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다시 2% 부근까지 오른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정치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가 더욱 침체될 가능성도 있다. 고물가 영향으로 자영업자는 물론 외식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외식업계의 불안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2시간 천하로 끝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의 후유증이 너무 크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서 "남은 임기 2년 반 동안 초심으로 돌아가 민생의 변화를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발언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ssuccu@fnnews.com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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