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퇴짜는 한국 민주주의 뿌리 확인시켜
한국은 미 아태 핵심 동맹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계기
WP "한국의 일련의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 보여주는 것"
[파이낸셜뉴스]
한국은 미 아태 핵심 동맹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계기
WP "한국의 일련의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 보여주는 것"
“윤석열 대통령은 그의 이례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데 실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한국의 짧은 계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 이런 부제를 달았다.
WSJ은 “전날 한국 민주주의가 수십년 만에 가장 큰 시험을 통과했다”면서 “한국은 윤 대통령의 의심쩍은 비상계엄 선포를 신속하게 퇴짜 놨다”고 지적했다.
WSJ은 국회가 윤 대통령 계엄 선포 뒤 곧바로 190-0으로 비상계엄을 끝장냈고, 윤 대통령이 국회 의결을 받아들이기로 한 가운데 국무회의에서 내각이 4일 새벽 약 4시30분 계엄령 해제를 승인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WSJ은 윤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한 밤 연설로 나라를 깜짝 놀라게 했다면서 그가 나라를 지키고 ‘북한 공산주의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헌정 질서’를 수호하며 ‘종북 반 국가세력’을 박멸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WSJ은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런 위협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었고,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도 언급이 없었다면서 계엄령은 그의 추락하는 대통령직을 구하기 위한 무모한 도박이었다고 지적했다.
WSJ은 윤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1%도 안 되는 차이로 승리했고, 한국 정치는 미국처럼 때때로 양극화를 보이기도 한다면서 다수당인 야당이 지난 4월 총선에서 의석을 불리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밑으로 떨어졌다고 그의 계엄령 선포 배경을 설명했다.
WSJ은 아울러 윤 대통령이 야당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날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야당의 예산 감축과 의원들의 정부 인사들 탄핵 노력을 비판하며 국회가 ‘범죄자 집단’이 되고 있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WSJ은 예산을 둘러싼 다툼은 언론을 통제하고, 국회를 제한하며 군을 길거리에 배치하는 계엄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한국 계엄법은 전쟁이나 국가 비상사태, 또는 공공질서 보호나 유지를 위해 필요한 극단적인 경우에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WSJ은 소개했다.
WSJ은 그런 명백한 위협들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WSJ은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계엄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는 불법이고 위헌이라고 비난한 것은 주목할만하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윤 대통령의 단임 임기가 2027년 끝나지만 이미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한국과 북한 휴전선은 전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국경지대라면서 윤 대통령의 무모한 계엄 시도는 미군 약 2만8500명이 주둔한 한반도에서 북한 독재자 김정은이 무모한 군사행동을 도발하도록 만들 수도 있었다고 경고했다.
WSJ은 이런 점을 감안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에 관해 일부 조언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WSJ은 비록 서울의 위기가 곧바로 해소되기는 했지만 그 정치적 충격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면서 의원들은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고, 그 결과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WSJ은 한국인들은 북한에 맞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했고, 1980년대에는 독재 정권도 끝장을 냈다면서 한국에는 민주주의의 뿌리가 깊이 박혀있다고 평가했다.
WSJ은 3일 사건은 민주주의 문화가 뿌리를 내렸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는 한국이 아시아 태평양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고 끝을 맺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도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요란하고 위헌적일 가능성이 큰 (민주주의) 전복 시도였다”면서도 “다행히도 한국은 이 시험을 견뎌냈고, 민주주의는 온전할 뿐만 아니라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WP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많은 미국인이 미국 내 민주주의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계엄선포와 즉각적인 국회의 무효화 선언은 “민주주의 제도가 회복력이 있고, 자유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 역시 보편적인 것이라는 믿음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시계를 이전의 어두운 시대로 되돌리려는 시도였다”고 비판한 뒤 “피플파워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었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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