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 경내에 진입했던 계엄군이 시민에게 허리 숙여 사과하는 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사과한 것이 아니라 촬영을 멈춰달라는 요구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4일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A씨는 "저 장면만 잘라내 계엄군이지만 국민으로서 국회에 진입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장면으로 비치게 글을 썼다"라며 "영상의 맥락은 퇴각하는 군인을 뒤따르며 계속 촬영하고 떠드니 '죄송하지만 이제 촬영을 멈춰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기자 출신 유튜버 허재현씨는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계엄군, 항의하는 시민에게 "죄송합니다" 목례 뒤 국회에서 퇴각하는 모습'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9분 길이의 영상에는 한 계엄군이 시민에게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담겼다. 이에 대해 허씨는 "오늘 항의하러 국회 앞으로 몰려온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죄송합니다'라고 말해주고 간 이름 없는 한 계엄군인이 있었다"라며 "한눈에 보아도 너무나 반듯하게 생긴 그 계엄군"이라고 언급했다.
영상에서 허씨는 국회에서 철수하는 계엄군을 쫓아가며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라", "나라를 같이 지키자", "여러분이 들고 있는 그 총은 국민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사용해선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계엄군이 가던 길을 멈추고 "죄송하다"라고 사과하며 "저희 좀 편하게 (가겠다). 죄송하다"며 재차 허리 숙여 사과했다.
허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계엄군 청년, 안경 너머 비치는 그 맑은 눈동자에 그만 저는 모든 분노가 사라지며 한없는 안쓰러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꼈다. 그 짧은 순간, 당신의 진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부디 건강하게 군복무 마치고 건강한 청년으로 우리 사회에 돌아와달라"고 덧붙였다.
하씨의 영상을 접한 여론은 엇갈렸다. 명령을 따를 수는 없고, 강제 진압도 할 수 없던 군인의 딜레마를 이해한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그만 따라오라고 한 것 아니냐'는 내용의 댓글도 많았다.
일부 누리꾼은 "군일을 쫓아가며 계속 뭐라뭐라 요구하니, 군인이 '죄송한데 편히 가고 싶다. 그만 쫓아와라' 요구한 것이다", "촬영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뉘앙스 같은데, 어딜 봐서 국회 진입에 대한 사과라는 것이냐",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눈 이들일 뿐", "편하게 가고 싶으니 찍지 말라는 것으로밖엔 안 보인다" 등 의문을 표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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