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안에도 안정적 계약 이행 가능성 높아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소추안 발의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K-방산 수출이 정치적 상황 변화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K-방산에 관심을 가지고 만남을 약속했던 일부 국가들은 이번 사태로 약속을 취소 또는 연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방산 수출이 대부분 정부와 기업 간 거래(G2B) 체계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어, 수주와 계약 이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캐나다의 약 60조원 규모 순찰 잠수함 사업(CPSP)과 폴란드의 약 3조3500억원 규모 오르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두 사업 모두에 참여하며, 일본 경쟁사들의 이탈과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로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방산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대규모 계약의 이행 신뢰도와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산 수출은 △기술 지원 △부품 공급 △유지보수 등 장기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출국의 정치적 안정성과 대외 신뢰도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 정국으로 초래된 정치적 혼란은 이미 방산 외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리온 헬기 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방산 현장 방문이 취소됐고,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예정됐던 국방장관 회담도 연기됐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혼란으로 방산업계의 대외 신뢰도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탄핵 정국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 방산 수출의 안정성과 신뢰도가 추가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방산 수출이 G2B 구조를 갖추고 있어 극단적인 계약 파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방산 수출 계약이 국가의 일시적 정치 상황보다는 기업의 장기적 안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체결되는 만큼, 현 상황이 발주 계약 자체를 흔들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방산 수출은 개별 기업이 경쟁을 통해 수주하는 구조로 단기적인 정치적 혼란이 직접적으로 수주 및 계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며 "단기적 불안이 장기화되지 않는 한 기존 방산 수출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류연승 명지대 방산안보학과 주임교수도 "방산 수주는 국가 간 전략적 합의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정치적 혼란이 방산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정국 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에는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처 간 조율과 컨트롤타워 역할이 약화되면 방산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만기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는 현재 위기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원팀코리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협력하며 단일 목소리를 내야 글로벌 수주전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정부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제 규정 개정과 대외 신뢰 회복 등 적극적인 조율과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폴란드 와디스와프 코시니악 카미슈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정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무기 계약 이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보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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